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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혼인신고까지 끝냈어요.” 강서우는 강준하와 통화하면서 어머니의 도자기를 하나하나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강준하는 아버지라고 할 수도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이렇게 딸을 팔아넘기듯 서둘러 결혼시킬 정도라면 말이다. 그래도 그녀의 입장에서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고, 이세빈도 그녀에게 존중을 보여 줬다. 일일이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혼인신고부터 하는 게 이런 식의 정략결혼에는 적합했다. 그녀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강준하도 예상 못 했는지 전화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원하는 답을 얻었으니 굳이 초조해할 필요가 없어졌다. “역시 내 딸이네. 맡긴 일을 얼마나 빠르게 잘 해내는지. 바로 혼인신고를 해준 걸 보면 그쪽에서도 너한테 마음이 있는 거 아닌가? 아무리 불임이라고 해도 남자는 남자니까 말 곱게 하면서 아양을 떨어 봐. 프로젝트를 빨리 마무리 지어야지.” 결국 몇 마디 만에 또 사업 이야기다. 부녀 사이가 그 정도인 셈이었다. 강서우는 건성으로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때 강채원의 목소리가 전화를 타고 들려왔다. “언니는 결혼하느라 프로젝트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을걸요! 서경에 코빼기도 안 비추는 사람이 언제부터 우리 집안 사람이었다고 그렇게 믿어요?” 그 말에 강준하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너 프로젝트 얘기 꺼내긴 했니?” “네.” 강서우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근데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 그러니 앞으로는 천천히 다가가야 차분히 사업 얘기를 해 줄 것 같아요.” 이 말은 반쯤 진실, 반쯤 거짓이었다. 하지만 강준하는 어느 정도 믿은 듯했다. “그래, 좋아. 이 대표는 성격이 변덕스럽다고들 하니까 차근차근 성사시키는 게 좋을 거야.” “강영 파크 프로젝트 얘기는 꺼냈으니 아버지도 약속 지키세요. 어머니 납골함 이제 경자당에 모실 수 있죠?” 어머니는 평생 고생만 하며 강준하와 강씨 가문의 재기를 위해 힘을 쏟았다. 단순히 강성 그룹뿐 아니라, 강씨 가문의 부흥에도 큰 기여를 했던 사람이다. 그러니 가문의 사당에 그녀가 들어가야 옳았다.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그녀가 어머니를 위해 해 줘야 할 일이었다. “그건 가문 전체가 걸린 문제라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당장에는 어렵지.” 강준하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강서우도 물러설 의향이 없었다. “납골함 하나 옮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에요? 강씨 가문이 몰락할 위기에 처했을 때, 엄마가 도자기 기술로 영업하고 돈 모아 주지 않았으면 지금 그 사당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강준하는 잠시 말이 막혔다. 바로 옆에서 강채원이 거들고 나섰다. “한집안 식구끼리 옛날얘기 꺼내서 뭐 어쩌자는 거야? 언니, 이씨 가문에 시집가더니 이제 자기 성씨도 까먹었어? 이씨 가문의 돈으로 우리 집안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딴지나 걸면 어떡해. 그러나 또 남자한테 버림받고 우리 집안도 언니랑 손절하면 어쩔 건데?” 누구나 알고 있었다. 강서우가 밤사이에 서경시로 돌아와 결혼에 응한 건 박민재와 파탄이 났다는 뜻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말이다. 강채원의 말은 강서우의 가슴을 꿰뚫듯 날 선 비수를 꽂았다. 그러나 강서우는 한 번 겪은 배신 때문에 우울하긴 했어도, 이제 사랑에 모든 걸 걸진 않을 생각이었다. 이제는 사랑보다도 사업이 더 중요했고, 어머니의 납골함도 경자당에 들이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강서우도 맞받아쳤다. “그건 너한테 할 말이야. 내 엄마는 도자기로 강성 그룹을 부활시켰고, 나도 박민재에게 족보를 쥐어 줄 정도로 도와줬어. 너희가 없었어도 난 내 세상을 만들 능력이 있다는 말이야. 그렇지만 강성 그룹이 이번에 프로젝트 못 따내면 어떻게 되지? 그 큰 적자를 네가 다 메울 수 있어?” 그 말에 전화기 건너편이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강씨 가문이 비록 재기에 성공했어도, 몇 해에 걸친 사치스러운 생활과 강준하가 옛 방식을 고집하는 바람에 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걸 모두 알았다. 그래서 이세빈과의 결혼 거래를 시도한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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