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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장

임유나는 딸이 계속 훌쩍거리는 모습이 귀여워서 조용히 휴지를 건네주며 도로 옆의 표지판을 가리켰다. 강로이는 코를 풀면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봤다. ‘대체 뭘 보라는 거지?’ [희룡산 관광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파란 바탕에 흰 글씨로 또렷하게 적힌 커다란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이 길은 공항으로 가는 게 아니라 동생 강이안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강이안이 머물고 있는 훈련 기지가 바로 희룡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원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러 와서 이틀 정도만 있을 예정이었는데 무슨 일인지 농구 훈련에도 지원하게 되어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이안이는 왜 갑자기 도망가겠다고 한 거지?’ 임유나가 강이안에 대해 물어보자 강로이는 자신도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쌍둥이 남매이긴 하지만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사이는 아니고 각자 자기 일에 바빴기 때문이다. “이안이 신경 많이 쓰시는 것 같네요.” 강로이는 투덜거리며 손을 뻗어 차창을 열고 고개를 들어 산의 신선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임유나는 미소 지었다. 그녀의 자식이라면 누구든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없었다. 바람에 딸의 이마를 스치는 곱슬거리는 잔머리가 어릴 적의 귀여운 모습과 똑같았다. “다음 달에 도하네 학교에서 행사가 있어. 우리 가족 다 같이 가자.” ‘누가 가족이래,’ 강로이는 속으로 반박했지만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살짝 들어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난 안 갈 거예요.” “가면 그 2억은 갚지 않아도 돼.” 그러자 강로이는 팔짱을 풀며 처음에는 당당하게 필요 없다고 하려다가 줄어든 자신의 용돈이 떠올라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빠도 동의했어요?” 그녀는 강시후가 자신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이 돈을 갚으라고 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곧 임유나는 옆에 있는 강시후를 보았고 강시후는 신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했지.” 이 말에 강로이는 눈을 휙 뒤집으며 한 번 더 물었다. “그럼 이전에 말한 용돈 제한도 없었던 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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