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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강씨 가문에 새로운 안주인이 생긴다면 이제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박씨 가문은 그 상대가 어떤 성격인지 살펴보고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해 봐야 했다. 민지원의 전화가 연결되었지만 강로이는 그녀의 초대를 거절했다. 숙제가 많아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조만간 가겠다고 했다. 강로이가 그렇게 말하자 친절한 언니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민지원은 더는 강요하지 않고 다정하게 관심해 주는 말을 건네고 전화를 끊었다. 사실 강로이는 거짓말을 했다. 숙제가 많아서가 아니라 박씨 가문에 갈 기분이 아니었다. 조금 전 강로이는 한규진을 만났고 그는 심하게 맞은 상태였다. 빚을 갚지 못해 집안의 값나가는 물건은 다 실려 갔고 그의 어머니 이옥순은 걱정 끝에 병원에 입원한 상황이었다. 강로이는 한규진에게 돈을 갚아주고 싶었지만 손에 쥔 돈이 너무 없었다. 아무리 위로해 주어도 소용없었고 한규진의 침묵 앞에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녀는 결국 가지고 있던 현금을 모두 꺼냈다. 백만 원 정도의 돈은 도박 빚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적어도 한규진이 어머니를 위해 영양제 정도는 살 수 있을 것이다. 한규진이 받지 않을까 봐 강로이는 현금을 잔뜩 쥐여 주고는 황급히 돌아섰다. 그리고 가기 전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기다려!” 그러나 강로이는 보지 못했다. 그녀가 자존심이 강하다고 생각했던 한규진이 돈의 두께를 만져 보고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코웃음을 치는 모습을. 한씨 가문을 나오며 강로이는 무력감에 휩싸였다. 항상 돈 걱정 없이 살던 그녀는 처음으로 2억 원이라는 돈을 마련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 있었다. 만 18세가 되지 않은 강로이는 재산 거래를 하려면 법적 보호자의 서명이 필요했고 명품 가방이나 보석을 몰래 팔 수도 없었다. 만약 강시후에게 들키거나 아니면 임유나가 알아채서 그에게 고자질이라도 한다면 오히려 한규진에게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강시후가 나서면 빚 독촉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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