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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강시후의 침묵에 임유나는 화가 나면서도 서운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제 내가 하는 말에는 답도 안 한다는 거지?” 눈시울을 붉힌 임유나의 모습에 강시후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어.” “왜 돌보지 못한 거야? 아이보다 중요한 일이 뭐가 있어. 시간 잠깐 내는 것도 어려웠던 거야?” 그 당시 갈등을 해결해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두 사람은 원망하는 관계가 아닌 서로를 배려하는 사이좋은 남매였을 것이다. 이를 생각한 임유나는 눈물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당시 태평양 왼쪽의 풍갑도에서 비행기 추락사고 탑승객의 주민등록증이 발견됐어.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한 흔적도 보여서 인근 지역은 세 달 동안 수색했어.” 태평양은 신호가 터지지 않아 통화를 자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물론 끝내는 아무런 수확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매번 발견되는 단서는 강시후에게 희망을 줬고 그 간절한 마음이 클수록 되돌아오는 고통도 컸기에 끝없는 슬픔의 연대기에서 허덕였다. “미안해, 네가 없는 동안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했어.” 강시후는 목이 메었다. 그리움이 가득 묻어가는 그의 눈빛에 임유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고개를 숙인 채 자책하는 모습은 주인에게 버려진 강아지처럼 불쌍했다. “다 내 탓이야. 미안해.” 임유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 보름달을 바라봤다. 비행기가 추락하던 그날 밤의 달도 오늘처럼 둥글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임유나는 팔을 뻗어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앉아 있는 강시후를 안았다. 강시후는 머리를 임유나에게 파묻고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녀의 시선은 강시후의 머리에 닿았고 곧이어 그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추락 사고 때문에 우리 가족이 15년 동안 헤어진 건 불행한 일이 맞아.” 임유나는 애써 감정을 추슬렀지만 흐르는 눈물을 절제하지 못했다. “하지만 15년 만에 이렇게 다시 만났잖아. 이건 행운이야.” 임유나가 아직 살아있는 건 하늘의 뜻일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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