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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장

회의장 중앙. 그래서 하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반쯤 무릎을 꿇었다. 하민석처럼 세력이 있고 하태규처럼 강한 사람도 지금은 앞장서서 무릎을 꿇었고 동시에 약간 뒤쪽으로 기울여 경의를 표했다. 왜냐하면 지금 나타난 사람은 하씨 가문의 어르신이었기 때문이다. 듣기로 할머니는 한국 10대 가문과 견줄 만한 호족출신이라고 한다. 그녀가 하씨 집안의 할아버지에게 시집을 왔을 때 하씨 가문은 강남의 일류 가문에 불과했었다. 그녀가 하씨 집안에 시집을 온 이 후에야 하씨 가문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불과 20년 만에 강남의 유일한 정상급 가문이 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강남의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하씨 가문의 할머니 이일해야 말로 진정 하씨 가문을 일으켜 세운 사람이다. 하씨 집안의 할아버지는 하현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몇 년 복을 누리지 못하셨다. 하씨 가문은 중 후반에 조타자가 몇 명 바뀌긴 했지만 진정한 대권은 결국 할머니가 쥐고 있었다. 하씨 가문의 역대 권력자들 중 유일하게 하현만이 감히 그녀를 거역했었다. “삐걱삐걱______” 이때 이일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손에 들고 있던 용머리 지팡이가 땅에 한 번씩 찍히면서 둔탁한 소리를 냈다. 마치 불멸의 권위를 대표해서 속세로 걸어 들어오는 것과 같았다. 그녀가 높은 단 위에 올라 섰을 때, 뒤에서 유일하게 하수진이 홀로 썰렁하게 서 있었다. 무대 위에서 반쯤 무릎을 꿇은 사람들 사이로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는 하현과 하현 옆에 군계일학처럼 당인준이 엄숙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하현, 너 건방지게! 할머니께 감히 무릎을 꿇지 않다니!” 하태규가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현, 네가 이미 우리 하씨 집안에 반역을 했다 해도 할머니께 인사를 안 하다니!” “너 아직도 앉아 있을 낯이 있는 거야? 그 자리에는 할머니만 앉으실 수 있어!” “너 안 꺼져!” “……” 한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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