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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장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강은별은 울 만큼 울었고, 욕할 만큼 욕했기에 차분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곽경훈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생각보다 더 침착했다. 곽경훈은 잠시 몸이 굳어졌지만 여전히 포장을 풀고 음식을 꺼냈다. 하지만 강은별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강은별이 라면을 다 먹을 때까지 곽경훈은 겨우 몇 입을 먹었다. 음식이 도무지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강은별은 곽경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 그릇을 깨끗이 씻은 후 바로 소파로 향했다. 곽경훈은 계속해서 강은별의 행동을 주시했다. 만약 강은별이 그에게 울며불며 따졌다면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달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은별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강은별은 소파에서 프린트해 놓은 두 부의 이혼 서류를 꺼내 곽경훈에게 내밀었다. “확인해 봐. 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으니 맨몸으로 나갈 생각해야. 그러니 최대한 빨리 이혼해 줘.” 강은별의 목소리는 극도로 차분했다. 그녀의 눈동자엔 곽경훈에 대한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곽경훈의 배신은 그녀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주었고 그녀는 자기가 너무 어리석었다는 사실이 미워졌다. 곽경훈은 서류를 받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싸늘하고 어두웠다. 이건 이혼 서류라기 보다 뜨거운 감자와도 같았다. “이은화와의 일 설명할게. 우린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오늘 이은화를 만나러 간 건 업무 때문이었어. 그 여자가 퇴사하면서 실수로 중요한 계약서를 가져갔고 오늘 아침에는 그 계약서를 빌미로 나한테 돈을 요구했어. 난 직접 만나서 얘기하려고 찾아갔던 거야.” 곽경훈이 온 오전을 생각해 낸 그럴싸한 변명을 들은 강은별은 정말 웃음이 나왔다. 아직도 그녀가 속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강은별이 싸늘하게 말했다. “곽경훈, 난 확실히 똑똑하지 않아. 어릴 때부터 난 사람의 본성을 악하게 생각한 적 없어. 하지만 그게 네가 날 속이는 이유가 될 순 없어.” “은별아, 눈으로 봤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진실인 거야?” 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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