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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장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먼저 회사 가봐야 해, 저녁에 집에 갈게." 수화기 너머로 곽경훈의 말이 들려왔다. 그 말을 들은 강은별은 그의 말투가 너무 차가워서 휴대폰을 타고 냉기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너무 추워서 강은별이 실망할 정도였다. 그녀는 눈시울이 빨개져서 물었다. "저녁에 퇴근하면 바로 오는 거야?" 그녀는 전에 아무렇지 않게 애교를 부렸었는데 요즘은 왜인지 그녀와 곽경훈 사이에 안개가 낀 듯 그를 잘 알아보지 못할 것 같고 그가 자신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응, 별일 없으면 퇴근해서 바로 갈 거야." 곽경훈의 목소리는 또 다정하게 변했다. 마치 집에 가는 일이 그한테 아주 즐겁고 기대되는 일처럼 말이다. 강은별은 억울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렇게 나약해졌는지 이유를 몰랐다. 출장이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고 회사에 가서 일하는 것도 정상이고, 그의 곁에 다른 사람들도 있었기에 집에서 자기를 달래던 것처럼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집에서 기다릴게." 강은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통화를 끝낸 그녀는 풀이 죽어 주방으로 갔다. 기뻐하며 준비한 아침을 보고는 넋이 나가버렸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왜인지 곽경훈이 그녀를 그렇게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았고 자기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갑자기 사촌 언니가 떠올랐고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경훈 씨가 설마 나한테 질린 거야?" 두 사람은 오랫동안 관계를 맺지 않은 것 같았다. '이제 겨우 신혼 1년 정도가 된 부부가 한두 달 관계를 맺지 않은 게 정상은 아니잖아?' 그가 요즘 한두 달 동안 빈번하게 출장을 갔지만 집에 있는 시간도 꽤 되었다. 하지만 지금 자세히 생각해 보니 밤만 되면 피곤하다면서 먼저 잠들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계속 곽경훈이 회사에 일이 많고 바빠서 그런 일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튀어나오자 그녀는 또 아닌 것 같았다. 그녀와 곽경훈은 어려서부터 알았고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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