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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장

하지만 몸을 일으키자마자 여자가 다시 그의 팔목을 잡아당겼다. “가지 마….” 차은우는 눈썹을 꿈틀하며 서하윤을 내려다보았다. “진짜 취한 거 맞아? 아니면 취한 척하는 거야?” 서하윤은 몽롱한 얼굴로 눈을 떴다. 눈앞의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고 싶은데 자꾸 눈이 감겼다. 마치 시야에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한데 본능적으로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그녀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기운이었다. 얼마 안 가 그녀는 다시 악몽을 꾸었다. 꿈 속의 그녀는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무기력하게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강민준…” 갑자기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에 차은우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그딴 쓰레기를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다는 말인가? “꺼져….” 그러더니 그녀는 조금 전까지 꽉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차은우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조금 전까지 달라붙어서 만지고 붙잡더니 꺼지라고?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서하윤은 아주 불쾌한 얼굴을 하고 반복해서 말했다. 평생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와 함께한 세월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나서 가슴이 갑갑했다. 강민준이 한 일 때문에 마음이 아픈 게 아니라 낭비한 자신의 청춘이 아까웠다. 강민준이 아니면 분명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차은우는 차갑게 식은 얼굴로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냥 바닥에서 자게 내버려 둘걸 그랬어.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든 거야?” 그래도 불만을 토로하고 나니 상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렸다. 그는 서하윤이 차버린 이불을 잡아 거칠게 그녀의 몸에 덮어준 뒤에 방을 나갔다. 다음 날 아침, 서하윤은 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눈을 떴다. 그녀는 왜 술을 마셨나 하고 후회했다. 게다가 필름이 끊긴 것 같았다. 흐릿한 기억 속에 차은우가 다음에 다른 사람이랑 같이 술을 먹지 말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어떻게 대답했더라? 그녀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쥐여뜯었다. “큰일 났다. 전혀 기억이 안 나. 어제 나 술 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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