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7장

“차 회장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자리 좀 비켜줄래?” 고주안의 당돌한 요구에 서하윤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때 차은우가 고주안을 향해 구겨진 부적 한 장을 내던지며 물었다. “이 부적 누가 줬어?” 익숙한 부적에 고주안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은우 씨... 어떻게 이걸 이렇게 구길 수 있어요? 이건 전생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부적이에요. 은우 씨가 계속 서하윤한테 속고 있어서 내가 얻은 거라고요!” 어쩐지 어제부터 기다렸건만 차은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부적이 망가졌다. 고주안은 두 눈을 부릅뜨고 서하윤을 노려보았다. “너지? 그렇지? 네가 이걸 발견하고 은우 씨를 계속 속이기 위해 망가뜨린 거잖아! 서하윤, 넌 내 인생을 망쳤어. 알아?” “넌 너무 몰입했어. 네가 말하는 전생의 기억들은 모두 흩어진 기억 아니야? 마치 플래시처럼 머릿속에서 이따금 떠오르는 거 맞지? 넌 그게 악물의 영향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즉, 넌 너에게 악물을 준 사람에게 이용당했다는 얘기야.” 서하윤은 문득 그녀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고주안은 가증스러운 구석도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찍혀 이용당하고 이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고주안은 잠시 눈을 깜박이며 그 여자가 자신을 차단한 것과 차단 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속이 떨려왔다. 악물...? 정말 악물일까? 차은우와의 전생의 경험이 정말로 악물이 준 환상이었던 걸까? 분명... 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하지만... 서하윤 말대로 그 기억들은 플래시처럼 그녀가 떠올릴 수 있는 건 오직 그 몇 가지 장면들뿐이었다. 그 외에는 그들이 함께 생활하는 모습, 예를 들면 집에서 함께 밥을 먹거나 목욕을 하는 등의 장면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에는 커다란 돌이 얹힌 듯한 압박감이 밀려와 숨을 쉬기 힘들었다. “저... 정말 아무 기억도 떠오르지 않아요?” 하지만 고주안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경비 두 명 데리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