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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장

"이 일은 당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거야, 난 당신을 믿어." 기종영은 소만에게 진지하게 이렇게 한마디 말하고는 돌아서서 그 여자 간병인을 바라보며 “당신 가서 일을 처리하세요, 경찰이 당신을 찾아 물어보면 가서 당신은 진실을 말하세요.” 여간 간병인은 기모진과 소만리를 전전긍긍하며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갔다. 이제 남은 사람은 소만리와 기모진 둘뿐이었다. 그는 그제서야 소만리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을 놓으며 부드럽고 믿음직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천리, 나도 당신을 믿어." 소만리는 담담하게 웃으며 "이렇게 '결정적인 증거'로 억울했던 일이 많았죠? 익숙해진 것 같아요." 익숙. 기모진은 이 두 글자가 매우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했다. 억울한 누명을 쓰는 데 익숙했던 그녀는 억울한 누명과 비난을 너무 많이 당했다. 기모진의 눈에 비친 괴로움과 죄책감을 포착한, 소만리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섰다. 기모진은 더 이상 수만리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그날 이후, 소만리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할아버지와 함께 있었다. 기모진은 일을 마치고 서재를 나와 잠시나마 소만리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할아버지의 방에 들어서자 소만리가 책상 앞에 엎드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손에 책을 들고 무방비 상태로 순진하고 무해한 아이처럼 평화롭게 잠들었다. 분명히 피곤했다. 기모진은 안타까운 마음에 방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 때 담요를 손에 들고 천천히 소만리 옆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 그녀가 잠시 쉬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으려고, 담요만 덮어주고 가려고 했지만,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는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차가운 손끝을 그녀의 눈썹에 대고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심장 박동의 리듬이 점점 즐거워지고, 그는 자신이 왜 갑자기 달콤한 마음을 느끼는지 알고 있었다. 다만 소만리의 뺨에 손끝이 닿았을 때 그의 마음은 다시 한번 따끔거렸다. 그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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