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장
“저기 보세요?”
사화정이 그리 멀지 않은 곳을 가리키며 갑자기 눈빛이 슬퍼졌다.
“내 딸은 이미 죽었어요, 평생 이 한을 풀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죠. 지금 이렇게 해야만, 이 한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이 부탁이 이기적이고 좀 억지스럽다는 걸 알고 있는데, 미스천이 만약 내키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강요하지 않을게요.”
모현의 어조는 부드럽고 친절했으며, 그의 눈빛은 간절함이 가득했다.
소만리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 사진관을 바라보며, 유유히 웃었다.
그녀의 얼굴을 빌려 가족사진으로 남기려는 의도에서였다.
기묵비의 말이 맞았다. 가끔은 사과도 진심이 아닐 수 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마음이 좀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가족사진을 찍어서 그들의 마음이 좀 나아지면, 그녀는?
소만리가 가볍게 웃으며 눈을 감았지만, 그때 사화정과 모현이 자신을 차갑게 대하는 장면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 세월은, 그녀에게 이미 충분히 했다.
“죄송해요, 저는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소만리가 거절했다.
“저를 소만리의 대안으로 삼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슬픈 인생길을 되풀이 하고 싶지도 않고, 소만리라는 이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사화정과 모현은 마음이 푹 꺼지고, 공허한 마음만이 가득했다.
“미랍 아가씨, 그동안 우리를 많이 도와줬는데, 저와 모현이 너무 무모했어요.”
“미스 천 미안합니다.” 모현도 덩달아 사과했다.
“미랍 아가씨는 정말 아름답고 훌륭합니다. 기도련님도 당신을 무척 중요시해요. 저의 딸의 비극을 저는 진심으로 당신의 행복을 빌어요.”
사화정은 온화한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보며 그 말을 마치자 눈시울이 젖었다.
그녀는 황급히 눈가를 닦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랍 아가씨,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요, 모현 당신이 미랍 아가씨를 데려다 주세요.”
“데려다 주실 필요 없어요, 제가 스스로 돌아갈게요.”
소만리가 웃으며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나는 아직 무정한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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