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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장

기모진은 갑자기 ‘모진 오빠’라고 부드럽게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멍해졌다.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서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소만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썹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고, 벚꽃 같은 분홍빛의 입술은 살짝 꿈틀댔다. "대체 왜……." 갑자기 소만리의 입에서 세 글자가 흘러나왔고 그녀의 눈썹은 더욱 찌푸려졌다. 왜? 지금 ‘대체 왜’라고 한 건가? 기모진은 불안하게 잠들어 있는 천미랍을 보고는, 더 정확하게 듣고자 그녀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왜, 날 안 믿는 거에요……." "팡!" 기모진이 소만리의 귀에 얼굴을 대자 갑자기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결과적으로 그는 소만리가 중얼대는 말을 다 듣지 못했다. 기모진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사화정이 화를 내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기모진, 지금 내 딸이 너 때문에 병상에서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이 여자를 보고 있어?! 아주 사랑이 넘쳐 흐르는구나! 그리고 뻔뻔하게 지금 저 계집애한테 키스까지 하다니! 너는 만영이가 있는 이 곳에서 이 짓거리를 하고 있었구나?!" 키스를 했다고? 기모진은 무표정하게 사화정을 바라보았다. 아마 방금 몸을 숙여 천미랍에게 다가가던 그의 몸짓이 사화정의 눈에 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분노에 가득 찬 사화정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의 가늘고 섹시한 입술이 유유하게 단어를 내뱉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그녀에게 키스했습니다만…. 그게 어떻다는 거지요?" 사화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모진아,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만영이는 너를 위해……." "저와 만영이는 이미 파혼했습니다.” 기모진은 얼음처럼 차갑게 말을 내뱉었고, 그의 가느다란 눈에는 불쾌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도대체 제가 몇 번을 강조해야 이 사실을 받아들이실 건가요?" "너……." 사화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기모진, 넌 어쩜 이렇게 몰인정 하지? 만영이가 일편단심으로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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