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1장
무슨!
기모진의 말에 소만영은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다리에 힘이 풀려 뒷걸음질 쳤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다름 아닌 과거 자신이 천미랍에게 했던 경고와 협박의 말들이었다.
“천미랍, 그때 소만리 얼굴을 망가트렸던 사람이 바로 나야. 감히 나한테 대든다면 너도 그와 똑같은 고통을 맛보게 해 줄 거라고!”
소만영은 아까보다 얼굴이 더 희게 질려있었고 얼마나 긴장한 건지 심장은 쿵쿵대며 뛰고 있었다. 조금 전 그 말들은 정말 홧김에 내뱉은 말들이었다. 천미랍에게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던 차에 자신의 본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자신이 했던 일들을 전부 불어버린 것이었다.
기모진은 소만영의 안색과 눈빛의 변화를 살펴보더니 실망 가득한 얼굴로 얘기했다.
“너 나한테 그랬었잖아. 만리의 얼굴이 그렇게 된 건 네 아빠인 모현이 사람을 시켜서 그런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그런 짓을 한 건 바로 너였던 거야.”
“아,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소만영은 기모진의 팔뚝에 매달리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고개를 내저으며 부정했다.
“난 진짜 만리를 다치게 한 적이 없어. 난 진짜 아니야… 난 피만 봐도 기겁을 하는데 어떻게 칼을 들고 만리를 해치겠어? 만리가 군군을 다치게 하는 바람에 아빠가 화가 나서 걔 혼쭐을 내주겠다고 그런 거야. 그 일은 정말 나랑은 상관없어. 모진아, 나 믿어줘. 천리 좀 믿어줘…”
천리의 이름이 나오자 그때 그 시절 그 감정이 떠올라 모진은 치밀어오르는 노기를 천천히 가라앉혔다. 그가 내뿜던 싸늘한 냉기가 조금 가시자 소만영은 억울하다는 듯한 어투로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모진아, 날 믿어줘. 날 자꾸 몰아붙여서 어쩔 수 없었어. 내가 그런 몹쓸 짓을 할 이유가 없잖아. 아까는 내가 실수한 거야. 천미랍이 자꾸 날 괴롭히길래 걔 겁주려고 그런 거지. 내가 진짜 그 사람을 해칠 리가 없잖아, 모진아…”
소만영은 이 틈에 기모진의 동정을 사려 시도했지만 기모진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의 손을 쳐냈다. 사람을 홀릴 듯이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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