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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6장

외곽의 폐공장. 창밖은 이미 희뿌연 어둠으로 뒤덮였고 석양은 꼬리를 감춘 채 내일로 멀어져 갔다. 소만리는 옆에 있던 예선을 쳐다보았다. 예선은 매우 초췌해 보였다. “예선아.” 소만리가 예선을 불렀다. “예선아, 배 안 고파?” 예선은 힘겹게 눈꺼풀을 움직이며 매우 지친 듯 소만리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댔다. “소만리, 나 너무 배고프고 졸려. 그 남자 우리한테 줄 먹을거리 사러 간 거 아니야?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지?” “그놈은 아마 어디선가 딴짓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소만리가 짐작했다. “소만리, 정말 그 남자랑 거래를 할 거야? 너 그 남자 믿어?” 예선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유, 난 소만영 같은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미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한 사람도 다 있어. 세상 참.” 소만리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양심을 파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어. 하지만 난 그런 사람들 결국은 다 응당한 벌을 받을 거라고 믿어.” 예선은 입꼬리를 구부리며 웃었다. “그런 인과응보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하느님이 빨리 와서 영내문을 막 혼내줬으면 좋겠어. 그런 여자는 천벌을 받아야 해.” “흥.” 예선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갑자기 입구에서 경멸하는 듯한 콧방귀 소리가 들렸다. 소만리와 예선이 누군지 알아차릴 새도 없이 여자의 거만하고 오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쩌죠? 당신이 실망할 것 같아서 말이에요. 왜냐하면 당신이 바라는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거든요.” 예선은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번쩍 뜨더니 고개를 들고 몸을 꼿꼿이 세웠다. 소만리와 예선은 영내문이 거들먹거리며 의기양양하게 입구에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폐공장이라 공장 안은 매우 어두웠다. 영내문은 마치 온몸에 음침한 기운을 휘감은 마녀 같았다. 그녀는 밧줄로 묶인 채 폐공장에 갇혀 있는 예선을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영내문.” 예선은 영내문을 바라보며 눈을 번쩍이고는 곁눈질로 소만리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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