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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장

소만리는 어리둥절해하는 기모진을 보면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시간이 좀 흐른 뒤, 복잡한 눈을 한 채로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소만영의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는 웅크리고 앉아 의식을 잃은 것 같은 소만영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만영아, 만영아, 일어나 봐.”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심스럽게 소만영의 뺨을 두드리며 말했다. 소만리는 도시락을 들고서 문 앞에서 그 장면을 가소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기모진,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너는 여전히 소만영을 이렇게 의식하고 있었어. 설령 이 여자가 그런 극악무도한 일을 했었더라도 아직 넌 그녀를 사랑하는구나? 그때 기모진의 품 안에 안겨 있던 소만영이 천천히 두 눈을 뜨기 시작했고, 눈가엔 눈물을 머금고 처량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진아,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제발 날 안 떠나면 안 돼?” “모진아, 잊었어? 네가 날 평생 보살펴주고, 잘해준다고 했잖아. 내 이번 생에 유일한 소원이 너와 결혼해서 영원히 네 곁에 있는 거였는데……” 소만영의 말을 듣고 있던 소만리는 도시락을 들고 있던 손가락을 구부렸다. 기모진의 낯빛이 무거워 보였고 무엇을 읊조리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소만리가 보았다. “모진 오빠, 천리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돼? 이제부터 다 네 말 들을게.” 소만영이 자신을 천리라고 칭하고 모진 오빠라고 부르며 기모진을 다정하게 쳐다보았다. 그녀의 연기력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듯했다. 소만리 마저도 가슴이 시큰거릴 정도니 말이다. “말 너무 많이 하지 마. 열이 좀 나는 것 같네. 병원에 데려다줄게.” 기모진은 담담한 말투로 말하며 소만영을 부축해 일으켰다. 그러자 소만영이 느닷없이 그를 껴안으며 말했다. “모진아, 날 용서해 주지 않는 거야? 날 용서 안 해주면 난 그냥 죽는 게 나을 거야……” 기모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런 말 하지 마.” 그가 괴로운 듯 한숨을 내쉬며 소만영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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