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3장
차가운 기운을 가득 품은 소만리의 말을 듣자 애써 침착하려던 소군연의 모친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화를 참지 못하고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그러나 소군연의 모친은 있는 힘을 다해 화를 억눌렀다.
아무리 해도 소만리에게 대적하는 것은 자신에게 이로울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았다.
비록 소군연의 가문도 경도에서는 내로라하는 집안이지만 소만리와 기모진의 집안과 척을 지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애꿎은 예선에게 화살을 돌렸다.
“너, 그렇게 집안 좋은 데 시집가고 싶어? 세상에 좋은 남자는 많고 많은데 왜 하필 우리 군연이한테 시집오려고 하는 거냐? 내가 이미 너한테 분명히 말했잖니. 그런데 왜 내 말 안 듣는 거야, 응?”
소군연의 모친은 화가 나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예선을 더욱 격렬히 노려보았다.
“똑똑히 들어. 그때는 내가 내 아들 때문에 너랑 사귀는 걸 허락했지만 난 두고 두고 너희들 사귀는 거 마음에 들지 않았어. 군연이가 이런 사고를 당하고 나서 내가 사람을 찾아서 한번 물어봤는데 너희들 궁합이 그리 좋지 않다는구나. 네가 계속 내 아들 옆에 있으면 내 아들한테 더 큰 일이 생긴대!”
소군연의 모친은 갑자기 궁합 얘기를 꺼냈다.
그러나 소만리는 안다.
소군연의 모친이 궁합 얘기를 꺼낸 것은 핑계라는 걸.
소군연의 모친에게는 예선과 소군연을 헤어지게 할 핑계가 필요한 것이었다.
소만리는 예선이 상처받을 것이 걱정되어서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예선은 아주 담담하고 차분한 얼굴로 소만리의 손을 잡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건성으로 짓는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 같았다.
“소만리, 나 갑자기 배가 고프네. 나랑 같이 가서 뭐 좀 먹을래?”
예선은 소군연의 모친과 쓸데없는 언쟁을 하고 싶지 않아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소만리도 예선의 마음을 눈치채고 얼른 가방을 들어 예선과 함께 돌아서려고 했다.
“잠깐만요.”
영내문이 갑자기 그들을 막아서는 소리가 들렸다.
소만리와 예선이 발걸음을 떼자마자 영내문이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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