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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1장

영내문이 언제 왔는지 닭고기 수프 한 그릇을 들고 소군연 앞으로 들이밀고 있었다. 소군연은 오른팔에 깁스를 하고 있어서 제대로 팔을 움직일 수 없자 영내문을 쳐다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그러나 영내문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군연 오빠, 왜 나한테 이렇게 존댓말을 하고 그래요? 우리가 어릴 때부터 함께 보고 자란 세월이 얼만데. 우리 온갖 일을 다 겪었잖아요. 그리고 난 이미 오빠 약혼녀에요. 오빠를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죠.” 소만리와 예선은 영내문이 소군연에게 하는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영내문이 이렇게 두 눈 멀쩡히 뜨고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다니. 기억을 잃은 소군연에게 이런 거짓말로 세뇌하려는 그녀의 욕심은 뻔했다. 화가 난 소만리와 예선이 병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소군연의 모친이 갑자기 나타나 그들 앞을 막아섰다. 예선과 소만리가 발걸음을 멈추자 병상 옆에 있던 영내문과 소군연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예전엔 예선을 보기만 하면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던 소군연의 모친은 웬일인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선, 그만 가. 더 이상 군연이 방해하지 말고. 똑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말고 어서 가. 이제 너랑 군연이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어떤 여지도 없는 사이니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가라구.” 소군연의 모친은 소만리와 예선에게는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병실 문을 쾅 닫아 버렸다. 소만리가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으나 예선이 그녀를 말렸다. “일단은 군연이 푹 쉬도록 해 주자.” “예선아, 지금 들어가서 군연 선배한테 분명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아마 군연 선배는 계속 영내문이 하는 말만 믿을 거야.” “아니야.” 예선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려 했다. “소만리, 우선은 들어가지 말자. 그동안 내 곁에서 날 지키느라고 너도 개인적인 시간을 못 보냈잖아. 너도 들어가서 좀 쉬어. 여긴 나 혼자 있어도 돼. 모진이 오면 같이 들어가.” 예선은 뭔가 홀가분한 기분이 드는지 표정이 밝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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