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2장
“날 믿어! 그 미친 놈의 헛소리를 듣고 날 판단하면 안 돼! 바닷가에서의 그 날을 잊었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순수하고 제일 착한 애라고 했잖아. 영원히 함께 하자고, 날 신부로 삼겠다고 했잖아. 날 지켜주겠다고, 영원히 믿어주겠다고 했잖아. 모진 씨, 모진 씨!”
기모진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무시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멀어져 가는 스포츠카를 보며 소만영은 그 자리에서 발을 구를 뿐이었다.
“소만리 년! 죽어서도 날 가만 두지 않다니!”
그녀는 화가 나서 별장으로 들어갔다. 기란군이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려는 게 보였다. 소만영은 아주머니더러 시장에 다녀오라며 내보냈다. 이제 집에는 그녀와 기란군만 남게 되었다.
소만영을 보는 까만 눈동자에 방어와 거부의 빛이 떠올랐다. 작은 손은 책가방 끈을 꼭 쥐었다.
‘정말이지 볼수록 더 꼴 보기 싫어!’
소만영은 짜증이 극에 달해 두어 번 노려보더니 갑자기 기란군의 작은 어깨를 와락 움켜쥐었다.
기란군은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몸은 벌써 반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겨우 다섯 살 짜리가 어른의 힘을 당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소만영은 그를 창고방으로 끌고가 설명도 없이 그를 밀어 넣더니 문을 잠궜다.
“쾅쾅쾅!”
기란군은 힘껏 문을 두드렸다.
소만영은 발로 문을 쾅 찼다.
“닥쳐! 이 짜증나는 녀석아! 넌 소만리의 뱃속에 있을 때 죽었어야 해!”
화가 나서 욕을 하며 분노를 기란군에게 퍼부었다.
기란군은 도와달라며 몸부림을 치다가 결국 컴컴한 방 구석에서 제 몸을 꼭 끌어안았다.
미랍 누나……”
어둠 속에서 이 이름을 불러야 빛을 찾을 수 있는 듯 나직이 읊조렸다.
소만영은 예전 납치 사건은 절대로 기모진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안 그랬다가는 기 씨 가문 작은 사모님이 될 수 없을뿐더러 기모진이 어떤 벌을 내릴지 알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의 진상을 아는 것은 육정뿐이다.
소만리는 이미 죽었고,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그러니 이제 육정만 해결하면 된다!
어쨌든 무슨 수를 쓰던 다시는 육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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