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4장
남연풍의 말이 무덤덤하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녀는 미래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없는 사람 같았다.
“사택이도 죽고 초요도 죽었어요. 내가 지은 죄를 피하기 어려워요. 게다가 지금 이 꼴로는 살아서 속죄할 수도 없으니 차라리 병으로 천천히 나를 괴롭히다 죽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라요.”
마음이 많이 위축되어 있는 남연풍을 보고 소만리는 그녀를 위로하려고 다가섰는데 갑자기 기여온이 기침을 하는 소리를 들었다.
소만리는 긴장한 얼굴로 기여온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여온아, 어디 아파?”
기여온은 수정 같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아빠.”
“여온아, 아빠 보고 싶어?”
소만리가 부드러운 미소로 물었다.
기여온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입을 가볍게 열었다.
“엄마, 아빠.”
“여온아, 엄마가 말하는 거 잘 들어. 우선 당분간은 이 언니 옆에서 얌전하게 잘 지내고 있어. 그러면 엄마가 며칠 후에 여온이 데리고 집으로 갈 거야. 그때 여온이는 아빠와 오빠 그리고 동생도 만날 수 있을 거야.”
소만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래었다. 사실은 집으로 데려가기 어렵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여온은 철이 든 아이였다.
기여온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지만 소만리의 말을 잘 알아듣고는 남연풍의 옆으로 갔다.
어린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말에 따르자 소만리는 더욱더 안쓰러운 마음으로 기여온을 껴안았다.
“여온아, 엄마가 약속할게. 꼭 데리러 올게. 얌전하게 엄마 기다리고 있어.”
소만리는 재차 약속하며 마음속으로 꼭 여온이를 데리고 가리라 다짐했지만 기여온의 안위를 생각하면 경솔하게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당신 딸 잘 지켜줄게요.”
남연풍은 소만리에게 말했다.
“난 고승겸이 아직 완전히 인간성을 상실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어린아이에게 손을 대지는 않을 거예요. 그가 최종적으로 노리는 건 기모진이니까요.”
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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