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7장
”그렇지 않아? 기여온을 데려온 것은 기모진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잖아?”
남연풍은 고개도 들지 않고 냉소적으로 쏘아붙였다.
고승겸은 남연풍이 자신을 이렇게 볼 줄 알았다는 듯이 아무 해명도 하려 하지 않았다.
“내가 당신을 데리고 F국에 온 진짜 목적을 곧 알게 될 거야.”
고승겸은 사뭇 진지하게 말하고는 눈을 내리깔고 사과를 먹고 있는 기여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원수의 딸은 이렇게 즐거운 표정으로 사과를 먹는데 내 자식은 세상에 나와 보지도 못하고 이슬처럼 사라졌으니, 흥.”
고승겸은 냉소를 지으며 갑자기 손을 뻗어 기여온 앞에 놓인 과일 쟁반을 쓸어 버렸다.
꽈당 하는 소리와 함께 과일 쟁반이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기여온은 고승겸의 행동에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그녀는 맑고 큰 눈을 멍하니 뜨고 화가 잔뜩 나 있는 고승겸을 바라보았다.
이를 본 남연풍이 고승겸을 향해 호통쳤다.
“고승겸, 다 큰 어른이 되어 가지고 이게 뭐야? 마음에 불만이 있거든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잖아. 왜 이렇게 어린아이에게 화를 내는 거야?”
그녀는 호통을 치다가 갑자기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날렸다.
“아이가 없으니 망정이지 그 아이가 태어났더라면 당신 같은 아버지가 있어서 슬펐을 거야.”
이 말을 들은 고승겸은 삽시간에 눈동자가 분노로 차올랐다.
“우리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로 키웠을 거야. 이 아이가 누구야? 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잖아. 그런데 왜 내가 예의를 갖춰 잘 해 줘야 하는 거야?”
“남의 아이는 아이가 아니야?”
남연풍은 실망감이 가득 찬 눈으로 고승겸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당신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당신 마음속의 원한을 위해 이렇게까지 냉혈한이 되어야만 해?”
그녀는 고승겸은 쳐다보지도 않고 기여온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온아, 이 아저씨 신경 쓰지 말고 언니랑 같이 방에 가자.”
기여온은 남연풍의 말을 듣고 그녀의 손을 잡고 뒤돌아섰다.
고승겸은 짜증스러운 듯 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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