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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3장

이반이 제안에 응하자 고승겸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의외의 수확인 셈이었다. 원래 고승겸은 기여온으로 기모진에게 복수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더 큰 것을 얻은 느낌이 들었다. 기여온이 그에게 뜻밖에도 가장 효과적인 바둑알이 된 형국이었다. “당신 아버지가 날 만나겠다고 동의하기 전에는 아무도 기여온을 만날 생각하지 마세요.” “고승겸!” 강자풍은 약간 짜증이 났다. 화가 난 강자풍의 모습에 고승겸의 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왜? 화가 나? 당신이 화를 내 봐야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어.” 고승겸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계단을 내려가려고 했다. 막 두어 걸음 가다가 그는 다시 이반을 돌아보았다.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 테니 빠른 시일 내에 연락주세요.” 이반은 이렇게 미치광이처럼 자기 마음대로 날뛰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그러나 미치광이처럼 날뛰는 고승겸의 광기를 잠재울 만한 방법이 없었다. 고승겸이 흡족한 얼굴을 하고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강자풍은 화가 난 듯 손을 들어 벽을 내리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소만리는 강자풍의 얼굴에 근심과 번뇌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이반은 강자풍이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지체하지 않았다. “자풍, 그럼 난 집에 가서 아버지를 만나 이 일을 의논해 볼 테니 조금만 기다려요.” 강자풍은 끓어오르는 짜증과 불안함을 가라앉히며 얼굴을 가다듬고 이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건넸다. “이반, 고마워요. 이제 여온이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친한 친구 사이에 고맙다는 말 하는 거 아니에요. 남도 아니고. 그럼 나 먼저 갈게요.” 이반은 소만리를 항해 고마운 마음을 담아 미소를 지었다. 소만리가 이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할 겨를도 없이 이반은 황급히 돌아섰다. 이반의 지시로 커피숍 직원이 소만리와 강자풍에게 커피를 두 잔 가져다주었다. 이렇게 큰 커피숍에 소만리와 강자풍 두 사람만이 남았다. 주위는 고요하게 내려앉았다. 어색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강자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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