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장
기여온은 전화기 너머에서 강자풍의 다급한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은 기여온은 작고 귀여운 입을 움직였다.
남연풍 역시 기여온의 귀여운 얼굴을 보며 아이가 입을 열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 순간 현관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고승겸이 돌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여온아, 어서 전화기에 대고 엄마 아빠라고 말해. 안 그러면 늦어!”
남연풍이 절박하게 재촉하는 동시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여온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남연풍을 바라보며 귀여운 입술을 가볍게 들썩이며 입을 열었다.
“아빠...”
“딸깍.”
기여온이 입을 열고 ‘아빠'라고 외치는 순간 남연풍은 손을 뻗어 기여온이 쥐고 있던 전화기를 들고 얼른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기여온은 영문을 모른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남연풍을 바라보았고 남연풍의 시선을 따라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고승겸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영문을 모르던 기여온의 눈에서 점차 의혹의 빛이 사라졌다.
고승겸은 들어오자마자 손 하나 대지 않은 아침 식사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훑어보고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소파 옆 테이블로 옮겼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고승겸이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
남연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조마조마한 심정을 억누르고 기여온을 바라보며 웃었다.
“여기서 뭘 하긴 뭘 해? 문도 잠그고 나갔으면서 내가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도 잘못이야? 날 보고 싶지 않으면 그냥 방에 가둬두고 영원히 나오지 못하게 해 버려.”
쏘아붙이는 남연풍의 말에도 고승겸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남연풍은 고승겸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강자풍은 여온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말을 믿게 되었는지 어땠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남연풍은 어지러운 마음을 부여잡고 기여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여온아, 언니랑 방으로 가자. 여기는 우리를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기여온은 남연풍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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