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장
소만리는 강단있게 그러나 아주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기세는 마치 발밑에서 꿈틀거리는 소용돌이를 감춘 태풍의 눈 같았다.
호정은 냉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만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소만리는 입을 오므리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소만리를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소만리가 온화하고 부드러운 그야말로 부잣집에서 곱게 큰 여자라는 느낌이 강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평온하고 담담한 모습을 보아 왔다.
그러나 오늘 밤 소만리의 눈빛은 평소와는 뭔가 달랐다.
그녀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유난히 매서웠다.
호정은 소만리의 이런 기세에 압도당한 자신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 당신이 고객 앞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
소만리가 차갑게 물었다. 호정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면서 고객 앞에서 했던 말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녀는 스스로 기모진의 사람이라고 말했다.
호정은 마음속으로 약간 조마조마했고 언짢은 표정을 한 소만리를 바라보다가 오히려 과장된 얼굴로 소만리를 경멸하듯 쳐다보며 냉소를 날렸다.
“내가 뭐랬길래요? 내가 뭘 잘못했어요? 나와 기 선생님은 원래...”
“처음부터 그 일은 네가 부끄러움도 모르고 고승겸과 짜고 내 남편을 덮쳤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일이 성사가 된 후에도 넌 뻔뻔스럽게 스스로를 내 남편의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고 있어.”
소만리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에 경멸의 눈빛이 가득 들어찼고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있는 호정에게 시선을 던졌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난 너 같은 여자 아주 경멸해.”
“...”
“더욱 낯 뜨겁게 하는 일이 뭔 줄 알아? 회사까지 와서 나한테 그 낯 뜨거운 일을 거들먹거리는 거야. 흥.”
소만리는 차가운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들고 호정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해서 설마 네가 정말 우리 기 씨 집안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정말 나를 이길 수 있겠어? 나를 능가해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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