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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장

그는 남연풍에게 밥을 한 술 더 먹이고 천천히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중에 기모진의 의식이 환각제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을 때 난 그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라고 지시했어. 그 방에는 이미 시중이 일찍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 기모진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이미 환각제를 먹은 상태였고.” 여기까지 듣고 난 남연풍은 그 이후의 상황을 듣지 않고도 알 것 같았다. “당신은 두 사람을 환각 상태로 만든 뒤 서로와 스킨십을 했다고 착각하게 만든 거야, 그렇지?” 남연풍은 스스로 결론을 내렸고 고승겸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고승겸,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 고승겸은 숟가락을 들다가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 “내가 구제불능이라고?” 그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남연풍, 당신은 미쳤어. 정말 미쳤던 거야.” “내가 미쳤다고?” “당신이 미치지 않았다면 어떻게 기모진을 도울 수가 있어? 당신이 미치지 않았다면 어떻게 소만리를 도와줄 수가 있냐고? 당신 우리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정말 잊었어?” 고승겸의 표정이 갑자기 험악해져 갔다. “시약은 당신이 개발한 것이니까 이 모든 결과는 당신이 자초한 거라고 말하지 마! 이 모든 건 기모진의 잘못이야! 다 기모진 때문이라구! 기모진이 AXT69 시약을 당신 몸에 주입했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세상에 나올 수 없게 된 거라구. 당신이 이 비극을 자초한 거야.” 아이를 언급했을 때 고승겸의 얼굴에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그의 눈은 순식간에 광풍이 몰아쳐 어둠으로 휩싸였고 곧 폭풍우가 몰아칠 것 같았다. 폭발할 듯 뿜어내는 고승겸을 차분하게 바라보던 남연풍의 눈빛이 점점 싸늘하게 멀어져 갔다. “허허. 허허.” 남연풍이 헛웃음을 지었다. “당신 지금까지도 우리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이해 못했구나.” 남연풍의 말을 듣고 고승겸의 눈빛이 번쩍였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남연풍은 싸늘한 눈초리로 고승겸을 바라보았다. “고승겸,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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