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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장

소만리는 어서 가라는 남연풍의 말에서 남연풍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남연풍은 고승겸이 소만리에게 무슨 해코지라도 할까 봐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소만리가 혼자 이곳으로 올 때 아무런 방비 없이 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남연풍의 손을 잡고 차분하고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요. 갈게요. 그러니 당신도 몸조심해요. 아무쪼록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지 말아요. 남사택과 초요도 같은 생각일 거예요.” 소만리는 남연풍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눈을 들어 차가운 눈빛으로 고승겸에게 시선을 잠시 떨구었다가 이내 돌아섰다. 소만리가 방을 나가자 고승겸은 남연풍을 잠시 바라보다가 뒤따라 방을 나갔다. “고승겸, 소만리를 보내 줘.” 남연풍은 고승겸을 향해 황급히 소리쳤다. “후회할 짓 그만해.” 고승겸은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게 뭔 줄 알아? 당신에게 이런 식으로 나와 맞설 기회를 준 거야.” “...” 남연풍은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그는 방을 나간 후였다. “고승겸, 고승겸! 그만 좀 해!” 남연풍이 목청을 돋우면서 문을 향해 소리쳤다. 고승겸은 그녀가 하는 말을 들었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소만리는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끼며 그것이 고승겸임을 짐작했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소만리.” 소만리가 계단을 내려오는데 고승겸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당신 정말 용기가 대단해. 다시 여기로 올 생각을 하고 말이야.” 소만리는 담담하게 돌아보며 말했다. “지옥에도 가 본 내가 지옥보다 여기가 더 무서운들 못 올 것 같아?” 고승겸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정신이 멍했다. 그의 기억 속에서 떠올려지는 그녀의 이미지는 항상 이렇게 박력 있고 뚝심이 두둑했었다. 고승겸이 어찌 소만리의 이런 심성을 잊을 수 있겠는가? 요트가 폭발해 얼굴이 망가졌을 때도 절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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