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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장

”아이는 내 뱃속에서 나오지 않는 게 맞았어. 우리 같은 사람을 부모로 두느니 차라리 우리한테서 떠나는 게 나아.” “...” 그렇지 않아도 고승겸은 화를 계속 억누르고 있었는데 남연풍의 이 말을 듣고는 맹렬하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는 결국 주먹에서 힘을 빼며 마음속의 불길을 애써 눌렀다. “남연풍, 잘 들어. 당신이 한 짓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내가 똑똑히 보여줄게!” “고승겸, 더 이상 내가 당신을 미워하게 만들지 마.” 남연풍은 분노가 들끓고 있는 고승겸의 싸늘한 눈빛을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당신이 산비아 왕실 계승권을 손에 얻는다고 해도 그것이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라면 결코 명예롭지 못할 거야.” “허.” 남연풍의 말에 고승겸은 한껏 비꼬며 대답했다. “아주 새로 태어나셨군, 남연풍.” 남연풍은 이 말을 듣고 그에게서 눈길을 돌렸다. “난 이제야 알았어. 그러니 당신도 얼른 정신 차리고 깨달았으면 좋겠어.” “남연풍, 잘 들어. 난 그 딴 것 깨닫지 않을 거야. 기모진과 소만리 때문에 당신이 내 아이를 희생시켰어. 당신 같은 엄마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겠지만 난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두고 봐!” 고승겸은 이를 갈며 마지막 말을 내던지고는 홀연히 돌아섰다. 남연풍은 고승겸의 말을 듣고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지만 어떻게 해야 고승겸을 막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고승겸은 방을 나오고 나서 바로 두 시중이 다시 들어가 남연풍을 씻기고 죽을 먹였다. 남연풍은 삶에 대한 미련도 없고 고승겸이 하는 일에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고승겸이 앞으로 소만리와 기모진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갑자기 이대로 죽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단지 사고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의 굴레에서 고승겸을 끌어내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이 길거리에서 방황할 때 자신을 구해줬던 남자가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아주 온화하고 다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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