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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장

소만리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각자 걸어가는 삶의 길은 자기 자신이 선택한 것이고 고로 책임도 당연히 자기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남연풍에게 벌어진 일은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이 모두 그녀 자신이 초래한 일이었다. 굳이 책임져야 할 다른 사람을 꼽으라면 그 사람은 반드시 고승겸일 것이다. 고승겸의 집. 여지경은 고승겸이 남연풍을 데리고 왔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남연풍을 만나 얘기하기로 했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던 남연풍은 고승겸의 집에 온 후 아무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고 그냥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지경은 갓 끓인 제비집 죽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고 남연풍이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천장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찡그려졌다. “지금 네 마음이 지옥 같고 승겸이 너무나 원망스러울 거라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네 몸을 혹사시킬 필요는 없어.” 여지경은 시중에게 죽 그릇을 달라고 말한 다음 남연풍을 일으켜 앉히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시중이 남연풍의 몸에 손을 대자마자 남연풍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사님 호의는 고맙지만 지금은 전혀 입맛이 없어요.” 남연풍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돌려 여지경을 바라보았다. “여사님이 절 집으로 좀 데려다주세요. 전 여기에 있고 싶지도 않고 그를 보고 싶지도 않아요.” 여지경은 이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승겸이의 성질 몰라서 그러니? 너희들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만데. 승겸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아무도 못 말린다는 거 너도 알잖니?” 남연풍이 여지경의 말을 듣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항상 여사님 뜻은 존중하잖아요.” “맞아. 승겸이가 항상 내 말은 존중해 주었지. 그렇지만 지금 이 일에 대해 승겸이가 이성적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니?” 여지경은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말했고 초췌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연풍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여지경은 시중에게 나가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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