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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장

그녀는 소만리와 기모진을 자신의 가족이라 칭하며 간호사에게 부탁했고 그들이 그녀를 데리러 오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혼자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 되고 말았다. 그녀가 그들 부부를 그렇게 악독하게 괴롭혔는데 어떻게 그들이 그녀를 도울 수 있겠는가? 남연풍이 하염없이 절망의 늪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소만리와 기모진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다가오는 부부를 보며 남연풍의 마음속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정말 올 줄은 몰랐어요.” 남연풍의 눈에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무슨 부탁을 하려고 우릴 부른 거예요?” 소만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고승겸은 한 시간 후에 나를 데리고 경도를 떠나 산비아로 갈 거예요.” 소만리는 간절함에 가득한 남연풍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에겐 이제 이 세상에 남은 가족이 없어요. 친구도 없어요. 당신들이 날 친구로 여기지 않을 거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남사택과 초요를 봐서 날 한 번만 도와줘요. 염치없는 부탁인 거 알아요. 그렇지만 한 번만 부탁할게요.” 간절함이 가득 묻어나는 남연풍의 말을 들으며 소만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도와줄게요. 하지만 그건 남사택이나 초요 때문이 아니라 당신 때문이에요.” 남연풍은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다가 차츰 소만리의 말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남연풍의 눈가가 먹먹해졌다. 다른 사람에게 신뢰받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고마워요.” 남연풍은 흐느끼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 소만리와 기모진은 지체할 겨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얼른 절차를 밟아 남연풍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 남연풍은 몸이 여러 군데 부러졌고 하반신은 마비가 되어서 들것에 누워야 했다. 그들이 병실을 나가려는 순간 고승겸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당신, 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군.” 고승겸은 오만하게 눈을 치켜뜨며 소만리와 기모진을 쏘아보았다. “그들이 당신을 데려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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