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이 말은 분명 여정 옹주를 겨냥해 던진 것이었지만 하필 천 부인이 가까이 앉아 있어 자연히 그녀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 말을 들은 천 부인의 마음은 쓰리기 그지없었다.
남궁진에 대한 원망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전하, 감히 자신이 탓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굳이 누굴 원망해야 한다면 그저 팔자 사나운 딸을 탓할 수밖에.
하필 조경선이 절대 녹지 않을 얼음 같은 사내를 고집스럽게 마음에 품었으니 오늘 남궁진의 체면을 받는 건 이미 글렀다 싶었다.
조경선은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마음속은 분노와 답답함으로 들끓었지만 눈앞에 흩날리는 꽃잎 몇 장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평소라면 거침없이 나서서 수군거리는 사람들 입부터 찢어놨겠지만 오늘만큼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오늘은 어머니의 생신날.
남궁진이 기어코 오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해도 자신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끝까지 웃으며 이 자리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러나 조경선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 산중의 좁은 길을 남궁진이 얼마나 힘겹게 달려오고 있었는지를.
매복된 함정을 미리 발동시키기 위해 그는 수하들과 함께 활과 돌을 던지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 했다.
길지 않은 산길이었건만 세 사람 모두 이마에 땀이 맺히고 등줄기가 흠뻑 젖을 만큼 고된 길이었다.
겨우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비탈을 내려가면 곧 성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남궁진은 그제야 살짝 긴장을 풀며 오히려 더 다급해진 마음에 채찍을 쳤다.
“이랴!”
그러나 그가 고삐를 움켜쥐고 길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곁에 있던 호위무사의 말발굽이 실수로 땅에 걸쳐진 줄 하나를 건드렸다.
곧이어 숲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남궁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숨을 죽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슉 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화살 하나가 옆에서 날아왔다. 순간적으로 동공이 흔들렸고 온 힘을 다해 몸을 숙였지만 화살은 남궁진의 등 뒤를 스치며 깊은 상처를 내고 지나갔다.
“전하!”
호위무사는 크게 놀라 달려오려 했고 남궁진의 옅은 백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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