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남궁한은 나이가 어리긴 해도 어디까지나 전하였고 큰일이 닥쳤을 때 경중을 따질 줄은 아는 아이였다.
입술을 꾹 깨물고 있던 남궁한이 입을 열었다.
“아바마마, 잠시 따로 말씀드릴 수 있을까요?”
그 말에 주위 사람들이 순간 멈칫했다. 서륭제는 손짓으로 남궁한에게 가까운 천막으로 따라오게 하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뒤에야 조용히 말했다.
“말해보아라.”
“방금 그 자객은 제가 혼자 떨어져 있는 걸 보고 절 노리고 달려들었습니다. 만약 둘째 형님이 아니었더라면 전 절대 그들을 이기지 못했을 겁니다. 형님은 비록 화살을 맞으셨지만 상대도 크게 다치게 하셨고 저들이 급히 달아나느라 이걸 떨어뜨리고 갔습니다.”
남궁한은 난처한 듯 입술을 꾹 다물고 소매 속에서 허리춤에 차는 패를 하나 꺼냈다.
“아바마마께서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서륭제는 급히 그것을 받아 들여다보았고 곧바로 눈에 들어온 건 패 위에 또렷이 새겨진 ‘영’이라는 글자 하나였다. 그러자 그가 눈을 크게 떴다.
궁중의 어림군 외에 평상시 패를 소지할 수 있는 이는 대부분 황족이나 권신 가문의 사병들이었다.
그리고 그 ‘영’ 자를 허리패에 새길 수 있는 이는 높은 권세를 가진 장인이자 영국공 외에 또 누가 있겠는가.
‘간이 크기도 하지!’
이제껏 7황자가 습격당한 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지난번엔 자신이 가장 아끼는 3황자까지 연루되었던 상황이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서륭제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더니 허리패를 꽉 움켜쥐곤 소매 안에 깊숙이 감췄다.
“오늘 일은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남궁한은 못내 아쉬운 듯 서륭제를 바라보았지만 그 시선을 마주친 순간 어쩐지 서운하면서도 위축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예.”
어리다 해도 알았다. 영국공을 건드리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아바마마 역시 많이 곤란하겠지.’
천막에서 서륭제와 남궁한이 나오는 걸 본 이들은 모두 둘의 표정이 한층 더 무거워졌음을 감지했다.
순찰을 맡았던 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나와 머리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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