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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송현은 난감한 기색을 띠며 거절하려 했다. “전하, 연향 낭자는 증인입니다. 진왕부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듯합니다.” “내일 아침이면 연향을 거처로 돌려보낼 것이오. 단 하룻밤뿐이니, 송 대감께서 그리 인정머리 없는 분은 아니겠지?” 세상 사람들은 이 진왕을 군자와 같다고 했지만 송현은 그의 수단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본 바 있었다. 남궁진이 결코 세간의 평판처럼 온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괜히 그를 노엽게 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었다. 결국 송현은 한발 물러섰다. “그렇다면 연향 낭자는 하룻밤 머물다 가도록 하시지요.” 외부인이 모두 떠나자 남궁진은 연향을 날카롭게 응시하며 낮은 음성으로 명했다. “고개를 들라.” 연향은 몸을 움츠린 채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한 채 떨고 있었다. “왕비의 말에 따르면 넌 본래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왕비 곁에 심어진 첩자였으나 왕비의 은혜에 감복하여 진실을 털어놓았다고 하더군. 사실인가? 널 시켜 왕비를 감시하도록 지시한 자가 누구냐?” “소인은 첩자가 아닙니다. 전하께서 하신 말씀을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남궁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연향은 왜 자신이 매수된 사실을 부정하는가? 어둠 속에서 지켜본 밀정들이 그녀의 말을 낱낱이 들었고 그녀가 거짓을 말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첫째, 연향이 애초부터 조경선을 모함하기 위해 거짓을 말한 것. 둘째, 원비와 연향 사이에 어떤 숨겨진 관계가 있어 그녀가 마음을 바꾸고 이를 은폐하려 한 것. 어느 쪽이든 연향은 결코 순순히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남궁진은 전자의 가능성을 더 크게 보았다. 그는 결코 순진한 원비가 이런 음모에 연루되었을 것이라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결코 끝날 수 없었다. “동원, 직접 낙향각에 가서 명희를 데려오도록 해라. 그리고 다른 시녀 셋도 함께 불러들여 정원에 세워 두어라.” 동원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전하, 무슨 뜻이십니까?” “시험해보려 한다.” 주영의 증언에 따르면 연향이 진왕부에 처음 들어왔을 때 곧장 조경선의 처소로 향했고 그 외의 사람을 만나지 않은 채 왕비의 명으로 돌아갔다. 즉, 그녀가 명희를 알고 있다면 명희가 사전에 연향을 안배한 것이고 두 사람이 이미 접촉한 적이 있다는 뜻이다. 만약 모른다면 원비와 이 일은 무관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희와 세 명의 시녀가 정원에 들어섰다. 명희는 연향을 보자마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하께서 무슨 의도로 자신을 부른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연향 역시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 채 명희와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 애썼다. 남궁진은 네 명의 시녀를 정원의 각기 다른 모퉁이에 세운 뒤, 연향이 경계심을 풀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아무렇지 않은 듯이 물었다. “왕비의 말에 따르면, 네겐 두 명의 어린 동생이 있다고 하더군. 지금 어디에 있느냐?” 연향의 어깨가 움찔했다. “며칠 후 장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하므로 먼 친척 댁에 보내 두었습니다.” “어느 친척이냐?” 연향은 코끝을 만지며 초조해했다. “그, 사촌 어머니 댁입니다.” 그녀는 남궁진이 더 자세한 것을 묻기라도 할까 두려워하던 차였다. 그때 갑자기 정원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명희야, 조심해!” 무슨 일인가? 연향은 반사적으로 오른쪽 후방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명희를 향해 날아드는 화살 한 자루를 보았다. 다행히 화살은 그녀를 맞추지 않고 귀 옆의 돌틈에 박혔다. 그러나 이 장면이 남궁진의 눈에 들어오자 그의 표정이 단단히 굳어졌다. 그는 이 짧은 순간에 확신했다. 연향은 명희를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낯선 네 명의 시녀 중에서 ‘명희’라는 이름이 불린 순간, 그녀가 곧바로 오른쪽 후방을 바라볼 리 없었다. 그녀는 이미 명희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공포에 명희는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남궁진은 그녀를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다는 듯 시선을 돌리며 명했다. “모두 데려가라. 더 이상 이곳에 둘 필요 없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연향은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한 얼굴로 경악하며 남궁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절세의 용안은 서리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고 오만한 기품이 가득했다. “전, 전하...” 남궁진은 그녀를 오래도록 살펴보더니 불현듯 입을 열었다. “가도 좋다.” 연향은 그가 이렇게 쉽게 자신을 놓아주리라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남궁진은 이미 피로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었고 결국 그녀는 조심스레 진왕부를 떠났다. “암위를 붙여라. 절대로 저 계집이 죽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 동원이 즉시 움직였다. 그러나 강헌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전하, 연향의 반응만 보아도 이미 모든 것이 드러났습니다. 연향은 분명 명희를 알고 있었습니다. 즉, 원비마마와 관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라.” “그렇다면 왕비는 어떻게 하시렵니까?” 강헌은 남궁진의 뜻을 읽었다. 전하는 이 사건이 원비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면서도 더 이상 조사하지 않으려 했다. 이는 곧 원비를 보호하기 위해 왕비를 희생시키겠다는 뜻이 아닌가? “전하, 대종정원은 결코 인정사정 없는 곳입니다. 왕비는 자유를 빼앗긴 채 증거를 수집할 방도조차 없습니다. 마마께서 의지할 곳은 오직 전하뿐입니다!” 남궁진은 입술을 꾹 다물고 검은 눈썹을 찌푸렸다. 왕비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연향 부녀의 존재를 아는 자는 진왕부 사람들 외에도 조씨 가문이 있었다. 하지만 조씨 가문이 아무리 내분이 심하다 해도 사람을 죽여 스스로에게 오명을 씌울 리는 없었다. 조경선의 죄명이 확정되기만 하면 설령 목숨을 부지한다 해도 조씨 가문과 진왕부는 씻을 수 없는 수치를 입게 될 터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 남궁진의 뇌리를 스치는 이름이 있었다. 남궁철... 만약 그가 배후라면 명친왕이 이 일에 적극 개입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원비와 남궁철의 관계는 또 무엇인가? 남궁진은 답답한 마음에 탁자를 걷어차며 속이 타들어 가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강헌 또한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조경선과 각별한 사이인 것은 아니었으나 최근 그녀를 몇 번 마주한 것만으로도 왕비가 악독하고 어리석은 여인이 아님을 알기에 충분했다. 그녀가 결백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강헌을 잠 못 이루게 했다. “강헌, 난 조경선을 위해 원비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 점을 명심해라.” 결국, 운이 나빴다고 할 수밖에. 강헌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렇다면 왕비는 과연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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