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장 제 남자...
병원에는 보는 눈이 많다 보니 이가인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를 멀리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그녀와 정승진이 같은 버스를 타고 온 걸 눈치챌까 봐 두려웠다. 심지어 같은 방향이라는 사실조차 들키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정승진은 따라오지 않았다.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느낌이 없자 그녀는 서서히 속도를 늦췄다. 골목 모퉁이를 돌며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자 뒤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정승진은 보이지 않았다.
이가인은 그제야 생각났다. 화요일, 정승진은 병동으로 출근할 필요가 없었다. 외래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삼진 병원의 정형외과는 원래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병원에서 정승진의 프로필을 공개한 이후 매주 화요일마다 외래진료는 대성황을 이루었다. 심지어 3,500원의 진료 예약이 병원 밖에서는 이미 14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뛰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녀는 정승진이 꽤나 귀찮았다. 요즘 병동에서도 환자들이 연줄을 대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간호사 두 명도 몰래 그녀에게 물었다.
“수간호사님, 제 친척이 정승진 교수님께 진료를 받고 싶어 하는데, 혹시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친척분이 60만 원도 가능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솔직히 그 60만 원은 그녀에게 주는 사례비였다.
하지만 그녀는 전부 거절했다. 100만 원을 제안한 사람도 거절했다.
예전에 혜임 병원에서는 정승진에게 부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모두 그녀에게서 연줄을 댔다. 그때 정승진은 그녀의 한마디면 무조건 받아주었다.
그녀는 정승진이 사랑 때문에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는 줄 알았다.
이제는 60만 원, 100만 원을 준다 해도 그녀는 돈 때문에 체면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전날 밤, 잠을 설친 탓에 오전 9시도 채 되지 않아 연신 하품을 했다. 그녀는 커피를 마시며 겨우 정신을 붙들었다.
의자에 기댄 채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잠이 몰려왔다.
눈꺼풀이 반쯤 풀려서는 멍해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간호사 한 명이 뛰어 들어오며 다급하게 외쳤다.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
이가인은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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