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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장 병신인가

이가인은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물었다. “너 민우 씨한테 무슨 말 했어?” 정승진의 목소리는 더없이 차분했다. “내가 가진 집 두 채와 영주시에 있는 친구 호텔까지 전부 공사 맡기겠다고 했어.” 욕 한마디 섞이지 않은 대답이었지만 그 순간만큼 더 기분 나쁜 말은 없다고 느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정승진, 재밌어? 이렇게 남의 선택과 인생을 마음대로 바꾸고 싶어?” 그는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단지 그 사람의 일 순위가 뭔지 미리 시험해 본 것뿐이야. 그리고 그 선택은 본인이 한 거지, 내가 강요한 게 아니야.”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말에 전혀 휘둘리지 않았다. “네 말은 민우 씨의 인성이 별로인 데다가 허영심도 많다는 거야? 아니면 내가 눈이 멀어서 그런 사람을 만났다고 하고 싶은 거야?” 정승진이 대답할 틈도 없이 그녀는 먼저 말을 꺼냈다. “평범한 가정 출신의 건강한 젊은이가 자신의 인생에서 일 순위가 돈이라면 잘못한 게 없잖아. 잘못한 건 너야. 넌 애초에 유성시에 오지 말았어야 했어. 우리 앞에 나타나지도 말았어야 했고. 그리고 네가 대신 다른 사람을 시험할 자격도 없어. 설령 민우 씨가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민우 씨는 날 가스라이팅한 적 없어.” 이가인이 마지막 한마디를 뱉자 전화 너머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정승진은 그녀가 쉽게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돈으로 다른 사람의 시험했다고 해서 그녀가 감동할 리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승진의 숨을 막히게 하는 건 결국 그녀가 세속적인 잘못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누군가 자신을 임의로 판단하거나 조종하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승진은 과거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내 여자 친구라면, 키, 몸무게, 학력, 외모, 집안 배경 아무것도 상관없어. 내가 좋으면 되는 거야. 내가 원하면 결혼하는 거고.” 그때는 생각 없이 뱉은 말이었지만 결국 그 한마디가 그녀를 떠나게 만들었다.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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