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장 등잔 밑이 어둡다
이가인은 다음 날 병원에 출근하자마자 정승진이 준비한 선물 세트를 받았다. 남자 직원들에겐 면도기와 차, 여자 직원들에겐 화장품과 디저트를 준비했다.
가격도 정성도 완벽했다.
다들 이렇게 아침부터 웃음 가득한 얼굴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 이가인이 일하는 병원은 혜임 병원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작았다. 간호사 14명밖에 없었고 그녀에게는 따로 마련된 사무실도 없었다. 개인 책상 하나가 전부였다.
간호사들이 다 함께 넓은 사무실을 쓰고 있었는데 이가인은 오전 내내 정승진에 대한 소문을 들으며 일했다.
동료들은 다들 정승진의 여자친구가 유성의 어느 병원 정형외과 의사일지 추측하고 있었다.
정승진 여자친구가 의사가 아닐 가능성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사실 어젯밤 그는 여자친구가 정형외과에서 일한다고만 했지, 의사라고 하지는 않았다.
이가인은 모니터를 바라보면서도 귀는 동료들의 대화에 쏠려 있었고 머릿속은 온통 정승진 생각뿐이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점심시간이 다가올 무렵, 누군가 물었다.
“수간호사님, 점심은 어떡하실 거예요? 배달시키겠어요?”
“아니요. 난 병원 식당 갈게요.”
외투를 걸치고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몇 미터 앞에서 정승진이 몇몇 의사들과 함께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뒤돌아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에서 무언가를 찾는 척했다.
옆에서 한 간호사가 물었다.
“수간호사님, 뭐 찾으세요?”
순간 머리가 하얘진 이가인은 아무 말이나 둘러댔다.
그러는 사이, 등 뒤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긴장된 채 뒤를 돌아보자 조영민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인 누나, 식당 가시죠?”
정승진이 아닌 조영민이 말을 걸어오자 이가인은 애써 놀란 마음을 감추려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살짝 늦은 반응으로 답했다.
“응, 뭐 필요한 거 있어?”
“아니요, 저도 같이 식당 가려고요.”
이가인은 단둘이 가기 꺼려져 다른 간호사들까지 불렀다.
그들이 함께 식판을 들고 자리에 막 앉았을 때, 누군가의 그림자가 그녀의 뒤를 덮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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