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장 염혜원
“응?”
정승진은 물건을 차 트렁크에 실으려다가 고개를 돌렸다.
“둘이 말하는 게 꼭 뭔가 있는 것 같아서.”
이가인의 말에 정승진이 대놓고 물었다.
“희원 선배랑 사귄 적 있는지 묻고 싶은 거야?”
“응.”
이가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승진이 피식 웃었다.
“희원 선배 이미 결혼했어. 그리고 첫사랑이 바로 지금 남편이고. 우리는 그저 같은 학교여서 친했던 것뿐이야. 아까 못 봤어? 카트에 남성용 양말 한가득 넣어둔 거.”
“못 봤어.”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했어? 나랑 희원 선배가 사귀었다고?”
“그건 나도 잘 몰라.”
정승진은 그 말에 갑자기 웃었다.
그러자 이가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웃어?”
“내가 그렇게도 전 여자친구들이 많아 보여?”
이가인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정승진은 또다시 소리 내 웃었다.
“하하하, 내 얼굴이 여자들이 좀 많이 꼬였을 것 같은 얼굴이기는 해. 못 미더울 만하지. 그런데 요 며칠 날 가까이에서 지켜봤잖아. 그런데도 역시 못 미더워?”
정승진은 이가인을 거의 한 달 가까이 쫓아다녔고 두 사람이 24시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은 건 오늘로써 벌써 5일째다.
정승진은 확실히 공적일 때와 사적일 때의 모습이 다르다. 하지만 고현우처럼 가식을 떤다거나 이런 게 아니라 사적에서는 더더욱 매력이 많아지기만 했다.
그는 천재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는 이유로 마치 왕처럼 청소든 요리든 누군가가 대신 해주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부지런히 움직이며 뭐라도 하려고 했다.
그리고 정승진은 말도 잘하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까지 섭렵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어떤 주제를 던져도 잘 받아주고 또 궁금증도 잘 해결해주었다.
또한 정승진은 이가인과 함께 있을 때 종래로 휴대폰을 꺼둔 적이 없었다. 항상 전화가 와도 그녀 앞에서 받고 메시지를 보낼 때도 당당하게 보내며 그녀가 원하면 기록을 전부 다 보여주기도 했다.
이가인은 그간 그와 함께 있었을 때 느꼈던 감정과 이런저런 것들을 되짚어 보더니 이내 정승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해.”
“응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