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장 내 여자친구
정승진은 이가인을 보며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일 봐. 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이가인은 정승진이 이러는 게 일부러인지 아니면 정말 말도 하기 힘들 정도로 기력이 다한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여기로 오기 전에 간호사들에게서 들었던 말이 있기도 하고 또 실제로 정말 많이 아파 보이기도 했으니까.
이가인은 정승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침은 먹었냐고 묻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을 내뱉기도 전에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고 웬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합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20대 초반쯤 돼 보이는 젊은 여성 한 명이 머리를 빼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얼굴에 이가인이 기억을 더듬고 있던 그때 상대방 쪽에서 먼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하세요. 산부인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예지예요.”
이가인은 산부인과라는 말에 그제야 이 여자가 바로 정승진을 열렬히 쫓아다닌다던 젊은 간호사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가인은 뒤늦게 반응하며 똑같이 인사를 건넸다.
“아, 네. 안녕하세요. 여기는 무슨 일이에요?”
홍예지는 병실 안을 두리번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정승진 교수님은 아직 주무세요?”
이가인은 자신의 몸이 정승진의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아무 말 없이 한발 옆으로 비켜섰다.
홍예지는 정승진이 깨어있는 것을 보더니 빠르게 병상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교수님, 좀 괜찮으세요?”
“네.”
정승진은 유약한 목소리로 가볍게 대꾸했다.
이가인은 홍예지가 안으로 들어올 때부터 그녀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 눈길을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예상대로 홍예지의 쇼핑백 안에는 정승진을 위해 준비한 도시락통이 들어있었다.
홍예지는 도시락통과 예쁘게 썰린 과일이 담긴 통을 꺼내 들며 정승진의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아직 아침 안 드셨죠? 여기 만두 좀 드셔보세요.”
이가인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병실 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럼 천천히 얘기 나눠요.”
정승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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