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전생에 송지우가 술로 기분을 달랠 때마다 강재욱이 그 곁을 지켰다. 두 사람이 술에 취하면 강재욱은 나한테 데리러 오라며 연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시 나는 시력을 잃은 지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그 자리에 가는 게 너무 싫었지만 강재욱은 연속으로 네다섯 통의 전화를 걸며 무조건 와야 한다며 명령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술집으로 갔는데 강재욱의 어떤 친구에게 끌려다 억지로 술을 많이 마셨다. 그렇게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소파에 앉아 있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은 강재욱뿐이기에 두려움에 떨며 간절히 그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다가 성추행범으로부터 강재욱이 송지우와 함께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재욱은 내가 술집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억지로 술을 마셔 취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송지우와 떠났다.
결국 나는 경찰에 신고했다. 제때에 도착한 경찰 덕분에 내 옷을 찢으려던 성추행범은 그 자리에서 잡혔다.
다음 날 아침 강재욱은 경찰서로 왔다. 그는 어젯밤 술집에서 재밌게 놀았냐고 물으며 나를 데리러 오느라 송지우의 아침을 챙겨주지 못한 걸 원망했다.
갑자기 울린 핸드폰 벨 소리가 나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강재욱이다.
“아린아, 나 취했어. MK 클럽으로 데리러 와.”
말이 어눌해질 정도로 만취한 것은 아니지만 술을 많이 마신 건 틀림없다.
“알았어.”
신호가 끊긴 듯 소리가 울리더니 곧이어 강재욱의 욕설이 들려왔다.
“X발.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해. 뭐라고 하는지 안 들리잖아.”
그러자 귀를 찌르던 음악 소리가 줄어들었고 강재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알겠다고 한 거야? 데리러 온다는 뜻이지?”
강재욱은 믿기 힘든지 여러 차례 되물었다.
“응. 주소 보내주면 지금 갈게.”
“기다리고 있을게. 안 오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이제는 이런 위협이 가소롭게 들렸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백화점으로 가서 향수 한 병을 산 후 가방에 넣었다. 그러고선 곧장 MK 클럽으로 향했고 강재욱이 알려준 룸 번호로 다가가 지팡이로 노크했다.
전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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