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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장하준은 차를 몰며 다시 한번 나를 쳐다보았다. “그쪽의 목적이 무엇인지 꼭 밝혀낼 테니 오늘이 마지막 기회예요. 진실을 말하고 용서를 빌래요? 아니면 제가 직접 알아낼까요? 근데 그렇게 되면 그쪽은 평생 해성시에 발도 들이지 못할 거예요.”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누가 강재욱의 친구가 아니랄까 봐, 정말 한 통속이었다. 지하철역에 도착한 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나는 그가 무엇을 알아내든 상관없었다. ... 나는 지하철을 타고 테니스클럽으로 갔다. 오늘은 테니스 수업은 저녁으로 예약 잡혔다. 예약한 사람을 보고 나는 조금 놀랐다. “엄 대표님,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나는 예약 고객이 여자인 줄 알고 있었다. “한 명의 예약은 계속 안 받는다고 하니까, 친한 사람에게 모두 부탁할 수밖에 없었죠. 이번 주 예약은 모두 제 거예요.” 나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죠?” “왜겠어요?” 엄준호는 되레 나한테 묻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저도 테니스를 좋아하고 파트너님 실력도 뛰어나니까요. 그렇다고 제 친구들이 아린 씨 수업을 전부 예약할 수는 없잖아요.” 나는 잠시 멍해 있다가 모른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역시 제 테니스 실력이 꽤 괜찮은가 봐요.” 엄준호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물었다. “진짜 못 알아듣는 거예요?” 나는 그를 어리둥절하게 쳐다봤다. “뭐가요?” “아니에요. 제가 순진한 사람을 두고 뭔 말을 하겠어요.“ 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순진하다고? 누가 더 순진한지 모르겠네. 엄준호는 세 시간을 예약했지만 실제로는 한 시간도 채 안 되게 연습했다. 남은 두 시간은 쉬기만 했다. 결국 세 라운드밖에 하지 않았고 한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40분씩 쉬었다. “아린 씨, 이해해 줘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몸이 제 마음대로 안 되네요.” “엄 대표님, 올해 스물일곱이죠?” “네, 아린 씨와 같이 이십 대 초반 사람들하고 비교하면 나이가 들었죠.”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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