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장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김정태는 잠시 당황하더니 다시 말했다.
“성 대표한테 시집가기 싫으면 나민준이나 고서준이라도 잡아.”
“내가 당신 말을 들을 것 같아요?”
나는 웃음을 멈추고 차가운 눈빛으로 김정태를 바라보았다.
그는 가방에서 담배를 꺼내 한 대 피우더니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네가 듣든 안 듣든 상관없어. 너한테 선택권은 없어.”
“네 할머니는 내 손안에 있어. 그리고 지금 회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서 널 이용해서 큰돈을 마련해야 해.”
“알겠어?”
그러면서 김정태는 핸드폰을 꺼내 한 영상을 내게 보여주었다.
영상 속에서는 할머니가 병상에 누워 눈을 뜨고 있었고 옆에 있던 간병인은 간식을 먹으며 거칠게 말했다.
“이 늙은이가 하루 종일 ‘아아’ 대면서 짜증 나게 굴고 있네. 내가 제대로 혼내 줄게.”
할머니가 다시 ‘아아’ 하고 힘없이 소리를 내자 영상 속에서 할머니를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정태는 영상을 끄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나는 이를 악물고 손이 떨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 김정태를 향해 외치고 싶었지만, 꾹꾹 참았다.
“할머니는 당신 어머니예요! 이렇게 대하면 벌을 받을 거란 생각 안 들어요?”
“벌이라니?”
그러자 김정태는 비웃으며 말했다.
“수아야, 아빠 말 잘 들어. 성 대표랑 잘 지내면 너도 손해 볼 일은 없을 거야.”
“더구나 내가 너 보고 애매한 첩 노릇이나 하라는 것도 아니잖아. 성 대표 부인이 되라는 건데.”
“일 년, 아니 반년만 버티고 아들을 하나 낳아주면 그때부터 너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을 거야. 아빠도 더는 너한테 뭐라 안 할 테고.”
그때 김정태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으러 가면서 나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잘 생각해 봐.”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추위에 몸이 떨리고 있었다.
이 시간이면 기숙사 문도 이미 닫혀 있었기에 돌아갈 수 없었다.
나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택시를 타고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도착하니 어느새 새벽 1시가 다 되어 있었다.
씻고 침대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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