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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장

다음 날. 수업이 끝난 후 김정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개강 후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이미영이 생활비를 보내준 것 외에는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던 나는 전화 화면에 뜬 그의 이름을 보며 잠시 망설였다. 대체 이 전화의 목적이 뭘까 짐작이 가지 않았다. 김정태는 안부도 묻지 않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명절에 집에 올 거야?” 나는 책을 들고 기숙사로 향하며 차분하게 답했다. “과제 많아서 못 가요.” “그거 잘됐네.” 김정태는 아마 차를 마시는 듯 수화기 너머로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내 친구 아들이 경성에 있는데 명절에 집에 안 오면 그 애랑 한 번 만나봐.” 그 말에 나는 웃음이 나면서도 동시에 화가 치밀었다. 대학 1학년이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남자를 소개하겠다고? 내가 이번 생에 다시 태어나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좋은 값에 팔려 나갔을지도 모른다. 나는 기숙사까지 얼마 남지 않은 한적한 곳에 멈춰 섰다. “안 만날래요.” “뭐라고?” 내 말에 김정태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안 만날 거라고요.” 바람이 내 머리를 흩날리자 나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도 잘 알아요.” “예전에는 내가 순진하고 약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런 헛된 생각은 하지 마세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화기 너머로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귀에서 떼었다가 소리가 잦아들자 다시 귀에 가져갔다. 김정태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감히 나한테 대들어?” “김수아, 내가 널 낳고 길러주고 먹이고 입히고 명문대까지 보내줬어. 내가 널 키웠으니 이제 나한테 보답해야지!” 그의 말에 나는 차갑게 웃었다. “당신들이 날 낳을 때 내 허락받고 낳았어요?” 그 말에 김정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잠시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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