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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장

더 있어봤자 나만 민폐인 셈이다. 두 사람이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는데 내가 옆에서 덩그러니 뭐 할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야말로 제삼자라고 했으니, 나는 일찌감치 자리를 피해 주는 게 상책이었다. 나도 내가 어떤 심정으로 기숙사까지 돌아간 건지 잘 몰랐다. 그저 침대에 누웠을 때 머릿속에는 고서준이 날 안았던 장면만 계속 떠올랐고 그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아니지, 고서준 같은 성격에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도 선뜻 도와줬겠지. 나는 머릿속의 잡념을 강제로 다 지우고 편히 잠들었다. 꿈에서 고서준과 이지현이 알콩달콩하게 꼭 붙어있었고 나는 마치 도둑처럼 음침한 구석에 숨어서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몰래 지켜봤다. 놀라서 잠이 확 깼고 꿈이라서 천만다행이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나는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홀로 야외 세트를 배치하러 나가려고 하는데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이 시간에 과연 누구한테서 걸려온 전화일까? 나는 상대가 누군지 모른 채 깍듯하게 전화를 받았다. “나야.”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얘가 왜 나한테 전화를?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는 산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려는 걸까? “너 오늘 스케쥴 없다고 들었는데, 진짜 병원 올 생각 없는 거야?” 나는 제자리에 서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고서준이 대체 어떻게 내가 오늘 스케쥴이 없는 걸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고, 지금 나더러 병원에 가서 그를 보살피라고?! 이게 말이 돼? 이 자식은 대체 날 뭐로 보는 걸까?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오는 호구로 여긴 걸까? “고서준, 넌 참 매력적인 사람이고 다른 능력도 충분히 갖췄으니 굳이 내가 가서 챙겨줄 필요는 없다고 봐.” 그의 신분과 지위라면 지금쯤 그를 챙겨주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 지구를 한 바퀴 둘러쌌을 텐데 왜 하필 나더러 병원에 오라는 걸까? 게다가 그의 옆엔 이지현이 있는데 내가 병원에 가는 게 정말 맞는 일일까? 전화기 너머로 고서준이 불쑥 서운함을 드러냈다. 마치 얼마나 서러운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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