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5장
나는 증거뿐만이 아니라 어머니의 채 이루지 못한 희망과 염원이 담긴 그 상자를 꽉 움켜쥐고는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힘을 느꼈다. 어머니가 그 작은 상자를 통해 내게 힘을 전달해 주는 것만 같았다.
“고마워요. 꼭 무사히 살아남아서 어머니 소원까지 이뤄드릴 거예요.”
확신에 찬 목소리에 강인함과 희망이 잔뜩 묻어났다. 이 싸움은 어머니뿐만이 아닌 나를 위한 싸움이었고 거짓말과 속임수에 발이 묶였던 나를 밝고도 자유로운 길로 인도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나는 피곤한 몸뚱아리와 무거운 심정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을 추스른 나는 너무 초췌해 보이지 않으려고 세수하고 가볍게 화장을 마치고는 책상에 마주 앉아 어머니의 희망이 가득 담긴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두꺼운 문서가 들어있었는데 밝혀지지 않은 김정태의 범죄와 불량배들과 거래한 증거가 가득 들어 있었다. 나는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점점 분노가 치밀어올랐고 비밀을 까밝히고 어머니의 한을 풀어줘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어둠이 내리자 창문으로 도시의 야경이 반짝반짝 빛났지만 어두운 내 마음까지는 비치지 못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나는 이 증거들을 공개하기 위해 컴퓨터를 열어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내 힘으로는 절대 완성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서준에게 전화했다.
“나야.”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얘기했지만 마음속은 이미 파도가 출렁이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고서준도 내 정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걱정해 왔다.
“수아야, 왜 그래? 할 말 있어?”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알고 있는 사실을 전부 털어놓았다.
“그게... 김정태에 관한 중요한 증거를 입수했어. 김정태의 죄를 충분히 입증하고도 남을 증거지만 혼자서는 이걸 세상에 알리기가 어려워. 네 도움이 필요해.”
수화기 너머에 정적이 흐러더니 이내 고서준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있네.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나는 간단하게 손에 넣은 증거를 얘기해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나는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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