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9장
이 편지들은 어머니가 시공간을 뚫고 직접 내게 들려준 것처럼 따듯하고 힘이 넘쳤다. 나는 그제야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 엄마의 보호와 인도를 받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눈물이 시야를 가리지 않게 말끔히 닦아낸 나는 철제 상자를 더 열심히 뒤졌고 아니나 다를까 다른 단서도 찾아냈다. 찾아낸 단서 중에서 제일 놀라운 건 그 안에 담보 영수증이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아직 글자가 또렷이 남아있어 적힌 주소대로 한 갤러리를 찾아갔다.
이 갤러리도 오래전에 세워진 갤러리였지만 여전히 운영하고 있었고 이는 내게 매우 좋은 소식이었다. 모든 의혹이 오늘 풀릴지도 모른다.
“사장님 좀 뵙고 싶은데요. 혹시 이 영수증 기억하나요?”
내가 색바랜 영수증을 카운터 직원에게 건네주자 직원이 이를 확인하더니 의문과 추억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플하지만 품위를 잃지 않는 셔츠를 입은 중년 남자가 예술가의 예리함과 진지함이 섞인 눈빛을 하고는 안에서 나왔다. 남자는 영수증을 건네받아 자세히 살피더니 이내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영수증은 꽤 오래된 영수증인데. 혹시... 이 화가의 후손인가요?”
남자가 나를 바라보며 진지하면서도 공손한 말투로 물었다. 나는 왠지 모를 감정이 솟구쳐 올랐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그 화가의 딸입니다. 오랫동안 엄마의 단서를 찾고 있었는데 이 영수증을 발견하고 여기로 찾아왔습니다.”
이 말에 남자의 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졌고 이내 나를 갤러리 깊숙한 곳에 있는 사무실로 데려갔다. 사무실에는 여러 가지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하나같이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떠나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때 팔았던 그림은 아직 여기 남아있어요.”
어머니의 성씨는 황 씨였다. 세련된 이름은 아니었고 외자로 희 자를 썼지만 사람들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은방울을 굴리는 것 같다고 하여 황희주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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