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6장
아직도 내가 왜 이 길에 들어섰는지 모르는 김정태를 보며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세상에 어떤 아빠가 딸을 거래에 써요? 당신이 그렇게 아끼던 딸과 아내는 면회 온 적 있어요?”
내 그 똑똑한 계모와 동생은 진작 도망간 지 오래였다. 사람이 떠나면 인정도 사라진다고 구치소에 수감된 후 모든 걸 잃은 김정태는 눈동자가 초점 없이 퀭했고 마치 시간을 거슬러 직접 짜놓았지만 쥐고 흔들지는 못한 덫을 놓은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나도 너희들을 지키려 했어. 하지만 먹이사슬에서 나는 그저 보잘것없는 장기 말일뿐이었어.”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애써 마음을 진정했다.
“그러면 진짜 비밀이 뭔데요? 아까 말한 사기극은 또 뭐고요?”
김정태가 잠깐 뜸 들이더니 마음속으로 계산을 마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갤러리는 그 사람들이 돈세탁하고 불법 거래를 가리는 도구였을 뿐이야. 나는 사고로 이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다시 빠져나오지 못했어. 너희 엄마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너희 엄마는 존재만으로 내게 제일 큰 약점이었지.”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어머니에 관한 아름다운 기억이 순간 어둠에 가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엄마는...”
김정태가 고개를 젓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 너희 엄마는 몰라. 그저 남편이 예술가고 딸이 그 재능을 물려받았다는 것만 알았지. 너희 엄마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집을 지켰어. 이미 만신창이가 된 집이었지만 말이야.”
“그러면 나는요? 나는 이 사기극에서 어떤 역할인데요?”
내가 이렇게 캐물으며 진실에 다가가려 하자 김정태가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난감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 너는 그들이 나를 협박할 빌미였지. 너는 내 유일한 단점이었으니까. 네가 있는 한 나는 그들을 배신할 수가 없었어.”
나는 누군가에게 쭉 이용당했다는 생각에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 뒤로 김정태가 무슨 말을 하든 내 심장이 함께 떨렸다. 오랫동안 믿어왔던 사실이 뒤엎어지자 오히려 내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걸고넘어지는 사람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