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장
내가 16살 되던 해, 한번은 넘어졌는데 고서준이 나를 부촉해 주고, 밴드를 선물해 주고, 아프지 않냐고 물어봐 줬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서러움을 꿀꺽 삼켰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지금이 좋았다.
나는 더 이상 그들한테 기대를 품지 않을 것이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 또한 그들을 사랑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이 없어서 오히려 홀가분해진 느낌이다.
..
나의 축하 파티는 3일 뒤에 진행될 예정이었고 그날이 오기 전까지 김정태와 이미영은 나한테 많은 투자를 했다.
이미영은 은산시에 가장 잘나가는 피부 미용사를 모셔 와 2날 동안 내 피부를 손봐주었고, 또 헤어스타일과 매니큐어 등등.
내 몸 곳곳을 세련되게 만드느라고 최선을 다했다.
축하 파티 전날, 김정태가 나를 위해 특별제작한 드레스도 도착했다.
샴페인 컬러의 드레스였고 끝단에는 보석이 박혀 있었다.
피팅해 보았더니 나름대로 예뻤다.
그야말로 청순함과 섹시함이 섞여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나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지만 김정태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예쁘다고 칭찬해 줬다.
“우리 딸 정말 선녀와 다름없네.”
김정태를 쳐다보려다 김수연이 질투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난 문득 그런 그녀를 보면서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어 피식 웃으면서 일부러 이렇게 물었다.
“수연아. 언니가 입은 드레스 어때?”
이 질문을 하지 않았을 때는 괜찮았지만 묻자마자 바로 폭발하는 것이다.
“언니, 그냥 껍데기만 예쁠 뿐인데 뭘 그렇게 잘난 척해?”
“솔직히 예쁘잖아. 선녀 같다잖아.”
나는 배시시 웃으면서 드레스를 들고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다.
“예쁘지? 질투 나서 죽겠지?”
김수연은 붉어진 얼굴로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질투는 무슨. 질투할 게 뭐가 있다고. 엄마 아빠 사랑도 못 받는 주제에. 우연히 운이 좋아서 은산시 수능 2위를 따낸 것 가지고. 아니면 이런 날이 왔겠어?”
김수연의 말은 나한테 별로 타격이 없었지만 김정태와 이미영이 오히려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이다.
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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