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1장
의식이 몽롱해갈 때쯤 고서준의 얼굴이 보였으니까.
나는 고서준이 왜 2주 동안 내 곁을 지켜주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에게는 꽤 믿기 어려운 일이니까.
고서준은 내가 깨어난 것을 보고 잠깐 흠칫하더니 이내 다시 앞으로 다가와 손에 든 도시락통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날 우연히 네가 차 사고를 당하는 걸 목격했어. 내가 조금 더 빨리 다가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 아직 정신이 몽롱할 거야. 그러니까 푹 쉬어.”
나는 고서준이 내민 도시락통을 보고는 머리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고맙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그날 할머니 앞으로 데려갔을 때 나는 그에게 이미 더 이상 마주치지 말자고 확실하게 얘기를 했으니까.
고서준이 감싸준 인간 때문에 우리 할머니가 죽었는데, 내 유일한 버팀목이 죽었는데 내가 왜 그를 용서해야 하지?
“교환학생 일은 아쉽게 됐어. 너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겠지만...”
그는 내 시선을 끌려는 듯 일부러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던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차 사고가 난 나를 병원까지 옮긴 게 고서준이라는 걸 알지만,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나를 돌봐준 것 역시 고서준이라는 것을 알지만 감사의 인사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날 구해준 게 내가 그를 다시 보게 될 이유는 되지 않으니까. 애초에 그러고 싶지도 않고 말이다.
나는 고서준이 어떻게 해서든 이지현을 감싸주려고 했던 걸 아직도 기억한다. 그러니 내가 그를 용서해주는 일은 아마 평생 없을 것이다.
“네가 날 구해준 거 알아. 고마워해야 하는 게 맞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네가 아무리 그간 나를 많이 돌봐줬어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나는 한참을 고민한 뒤에야 이 얘기를 꺼냈다.
나는 여전히 내 마음속 고통을 받아들일 수 없고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도 범죄자는 해외에서 잘만 살고 있으니까.
나는 세상이 불공평하게 돌아가는 것도 싫고 그 범죄자 때문에 받아야 하는 정신적, 육체적인 피해를 내가 오롯이 다 감당해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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