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장
나는 고서준을 등지고 있어 그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내가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내 손목을 잡고 있는 손이 떨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계단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고, 고서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슬픔이 이 공간을 꽉 채우고 말았다.
비록 그에 대한 감정이 없었지만, 이순간 마음이 아픈 건 사실이었다.
나는 입술만 깨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을 뿌리치려는 순간, 고서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번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상실감이 가득한 듯 아까보다도 더 슬퍼 보였다.
“미안해.”
나한테 해 봤자 아무 의미도 없는 말에 그만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
고서준이 이어서 말했다.
“네가 원하는 거 얻을 수 있을 거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내 손목을 놔주고 뒤돌아 이곳을 떠났다.
나는 그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고서준은 설명하려는 의도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저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하... 내가 뭘 기대하고 있는 거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는 고서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나 자신을 비웃듯이 피식 웃고 말았다.
‘서준이가 나를 위해 지현이의 병원기록을 얻어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니. 미쳤어.’
나는 감정을 추스르고 1층으로 내려갔다.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정서현은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내 팔을 잡았다. 내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해서야 안심했다.
“그 사람 찾았어?”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안 계시더라고.”
“그러면...”
정서현은 말하다 말고 입을 꾹 닫아버렸다.
나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말을 꺼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 지현이 일은 나중에 얘기해.”
내가 이 말을 하는 순간 정서현은 어깨가 축 처지고 말았다.
나한테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봐 나를 힐끔 보더니 다시 밝은 표정으로 나한테 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괜찮아. 수아야, 걱정하지 마. 지현이는 지은 죄만큼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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