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장 이미 늦었어요
민서희, 비참하고 처량한 삶을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방식으로 마감하다니
그녀가 마침 사냥개가 닿을 수 있는 위치로 쓰러지자 마치 그 사냥개가 악취를 풍기며 입을 벌리고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기절했다.
추위와 더위가 번갈아 가며 혼미해진 그녀는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살살 흔들며 달려오는 꿈을 꾸고 있었다. 아마도 안랑인가 보다, 끊임없이 그녀의 얼굴을 핥고 있었으나 몸은 걷잡을 수 없이 차가워져만 갔다.
마침내 비가 그쳤다.
베란다에서 담배 한 갑을 다 피울 무렵 고개를 들고 안개 낀 하늘을 바라보던 박지환은 날이 밝을 때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았다는 것을 대략 짐작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외투를 걸치고 대문을 열고 들어온 이민준은 빗방울을 툭툭 털더니 소파에 앉아 있던 사람들을 발견하곤 불안한 마음이 역력했다.
“다들 여기에 모여 있는 걸 보니 오늘 무슨 일 있어요?”
한 경호원이 어색한 웃음만 짓자 이민준은 열려 있는 민서희의 이층 방문을 쳐다보곤 가슴이 덜컹거렸다.
“민서희 씨는요?”
경호원은 뒷마당을 가리키더니 소곤거렸다.
“소리 낮춰서 말해요, 대표님이 지금 화나셨거든요, 민서희 씨가 또 뭐 때문인지 대표님 심기를 건드렸나 봐요, 지금 뒷마당 창고에 사냥개 한 마리와 함께 갇혀 있어요, 아마 지금쯤 제정신이 아닐 거예요.”
뒷마당에 갇혀 있다고?
깨어나 이쪽으로 달려올 때 와이퍼조차도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이민준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게다가 폐가와 마찬가지인 창고가 그 폭우를 당해내지도 못할 텐데 말이다.
이민준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 나갔다.
멍해진 그 경호원은 급히 그를 잡아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지적했다.
“미쳤어요? 그 여자 데려오려고요? 대표님 성격 몰라서 그래요? 감히 거역하려고요? 정말 미친 거 아니에요?”
“붙잡지 마요!”
이민준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마당으로 향했다.
위층에 있던 박지환은 검은 그림자가 창고를 향해 돌진하는 걸 똑똑히 지켜보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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