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진심

블루 호프집. 서하준은 테이블에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술잔 속, 흔들리는 위스키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주변은 시끌벅적했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세계 같았다. 여러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지만 서하준은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때, 여은찬이 여유롭게 걸어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맞은편에 앉았다. “뭐야? 혼자서 풀이 죽어 술이나 마시고 있고. 네 약혼녀는? 오늘은 안 따라붙었냐?” 장난스러운 말투 속에도 은근한 관심이 배어 있었다. 서하준은 무심하게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헤어졌어요.” 그러자 여은찬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뭐? 헤어졌다고? 결혼 준비까지 다 해놨잖아. 무슨 일 있었어?” 서하준은 대답 대신 조용히 술을 한 잔 더 들이켰다. 여은찬은 흥미로운 듯 그를 바라보다가 화제를 돌렸다. “맞다, 어제 가족 모임에서 형의 부인을 봤다며? 어떤 사람이야? 어디 명문가 출신이라도 돼?” 그 말에 서하준은 휴대폰을 꺼내 한 장의 사진을 열어 보여줬다. “이 사람이에요. 임다인.” 여은찬은 이름을 중얼거리며 사진을 받아 들자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와, 미쳤네. 이 정도면 연예인 아니야?” 그는 감탄하듯 사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래서 형이 그렇게 감추고 다녔구나. 형수님 얼굴 한번 공개 안 하더니 이 정도 미인이었을 줄이야.” 서하준은 피식 웃더니 가볍게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삼촌이 엄청 챙기더라고요. 어제 한 건 크게 터졌는데 난리도 아니었어요.” “뭐? 무슨 일?” 여은찬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서하준은 어젯밤 집안 모임에서 벌어진 일들을 조용히 이야기했다. 서태윤이 조수아와 서민영을 어떻게 가차 없이 내리눌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강경한 태도를 보였는지 모두 말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여은찬은 혀를 차며 감탄했다. “야, 이건 그냥 결혼한 게 아니라 완전 제대로 콩깍지가 씐 거네. 형이 이러는 거 처음 봐.” 그는 장난스럽게 서하준의 어깨를 툭 쳤다. “아무튼, 너는 그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