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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첫 만남

비 오는 밤. 창밖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투명한 유리창에 물방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호텔 스위트룸 안은 불빛이 희미했다. 남자를 벽에 밀착시킨 여자는 가늘고 하얀 팔로 단단한 목을 감싸안고 빤히 응시했지만 눈빛이 흐릿했다. 서태윤은 품에 안긴 여자를 내려다보았고, 다갈색 눈동자는 감정을 종잡을 수 없었다. 이내 여자의 턱을 움켜쥐고 살짝 갈라진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 희미한 불빛이 주먹만 한 임다인의 얼굴을 비추었고, 백옥처럼 뽀얀 피부가 붉게 물든 모습이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앙증맞고 오뚝한 콧대 아래 도톰하고 윤기 나는 입술과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눈동자는 매력이 넘쳤다. 서태윤의 목젖이 꿀렁거렸다. 뜨거운 열기가 체내에서 날뛰었고, 온몸의 피가 들끓어 올랐다. 오랫동안 금욕 생활을 이어오면서 여자에게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접근과 손길이 싫지 않았다. 반면, 임다인은 약물의 작용으로 의식이 몽롱한 상태였다. 좀처럼 반응이 없는 남자를 보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상대방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너무 괴로워...” 서태윤은 꼼지락거리는 여자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팽팽해진 턱선은 인내와 절제가 엿보였고, 어느덧 목소리까지 쉬었다. “내가 도와줬으면 좋겠어?” 임다인은 까치발을 들고 남자의 입술에 살포시 키스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서태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여자의 몸에서 풍기는 특유의 은은한 꽃향기가 콧속을 파고들어 마지막 이성의 끈마저 놓아버리게 했다. “좋아. 나중에 정신 차리고 후회하지 마.” 서태윤은 눈을 감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이내 목덜미에 안착하고 살며시 움켜쥐었다. 그리고 말캉한 입술을 베어 물더니 주도권을 빼앗아 왔다. 뜨거운 숨결이 뒤엉키며 입술과 혀가 서로 맞닿았다. 다른 한 손은 여자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미지의 영역으로 인도했다. 두 남녀는 무아지경으로 키스를 나누었고 결국은 푹신한 침대에 몸을 맡겼다. 분위기가 금세 후끈 달아올랐고, 옷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창밖은 빗물에 의해 온통 흐릿하게 보였다. 하지만 실내의 풍경은 몽환 그 자체였다. ... 다음 날. 비가 그치고 유리창을 통해 눈 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임다인은 얼굴을 찡그리고 무의식중으로 시큰거리는 팔을 들어 눈을 찌르는 듯한 햇빛을 막았다. 그리고 서서히 적응하고 나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환경이 시야에 들어오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의식이 점차 되돌아오며 기억의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조금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어젯밤... 이내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을 젖히고 고개를 숙여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스프링처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하지만 과격한 몸놀림 탓에 허리가 뻐근한 느낌이 들었다. “윽!” 임다인은 숨을 들이켜더니 급한 대로 허리를 짚었다. 어젯밤 그녀는 진성 그룹 부대표 안범희와 협력 건에 대해 의논하려고 그랜드 호텔을 찾았다. 그러나 술을 몇 잔 주고받았더니 몸에 이상 반응이 나타났고 안범희도 그제야 추악한 민낯을 드러냈다. 절체절명의 순간, 테이블에 놓인 술병으로 안범희의 머리를 내리치고 그 틈을 타 룸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 나서... “깼어?” 이때, 무심하면서도 매력적인 남자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녀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임다인은 고개를 번쩍 들어 소리의 출처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곧이어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시크하면서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호수처럼 깊은 눈망울은 마치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갖춘 듯싶었고, 무심하면서 쌀쌀맞은 눈매는 차마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오뚝한 콧날과 한일자로 굳게 다문 입술은 카리스마가 흘러넘쳤다. 몸에 꼭 들어맞는 클래식한 네이비 수제 정장은 반듯한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할뿐더러 온몸으로 풍기는 수컷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임다인은 눈앞의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무려 서태윤이라니! 어젯밤에 이 남자와 잤단 말인가? 서태윤은 그야말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서 있는 인물이다. 남해시에서 가장 큰 서씨 가문의 수장이자 태정 그룹의 오너, 재계의 살아 있는 염라대왕으로 불렸다. 막대한 권력은 물론 칼 같은 결단력, 그리고 무자비한 수단으로 듣기만 해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존재였다. 게다가 항간에는 천성이 잔혹하고 포악하며 잔인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자칫 잘못 건드리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사람은 하나같이 끔찍한 결말을 맞이했다. ‘망했다.’ 어젯밤에 이런 사람과 대참사를 저질렀으니 행여나... “다 봤나?” 서태윤의 말에 임다인은 다시금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목소리는 외모만큼이나 무미건조했다. 그녀는 서둘러 시선을 피했고, 저도 모르게 몸을 덮은 이불을 주섬주섬 끌어 올렸다. 서태윤은 넥타이를 고쳐 매고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천천히 쇄골을 훑어내렸다. 짙고 옅은 키스 마크는 어젯밤의 격정적인 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이내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옷 갈아입고 얘기 좀 해.” 그러고 나서 뒤돌아서 침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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